베트남 내 한류

얼마 전 베트남에서 개봉한 영화 ‘탕 남 쭙 쩌(Tháng Năm Rực Rỡ:찬란한 5월)가 개봉 첫 주 베트남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화제로 떠올랐다. 해당 영화는 한국 기업이 한국 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해서 만든 베트남 영화로 그에 앞서 개봉한 한-베 합작 영화 ‘라라’와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 작 ‘엠 라 바 노이 꾸아 아잉(Em là bà nội của anh:내가 오빠의 할머니야.)’과 함께 큰 인기를 끌며 베트남 내 견고한 한류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영화 ‘탕 남 쭙 쩌’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작성자 CJ Entertainment Vietnam
베트남 영화 ‘탕 남 쭙 쩌’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작성자 CJ Entertainment Vietnam

베트남의 한국사랑은 영화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예능이 베트남에서 방영되며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고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베트남어 자막이 첨부된 한국 방송 영상이 가득하다. 베트남의 유명 잡지나 광고에 한국 연예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 입국하는 날이면 공항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취재진과 팬들로 붐빈다.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는 한국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고 한국 기업이 생산했음을 강조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생활로 이어지는 한류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형성된 데에는 물론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TV에 등장하는 멋진 집과 근사한 차, 화려한 빌딩을 이유로 한국을 동경한다는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고 밤늦도록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 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모습이나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호감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들 덕분에 한국의 이미지가 상승한 것도 한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수의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몇 년째 한국 대기업이 10위 안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베트남에서 만나본 젊은이들 가운데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이직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주변에서 느껴지는 동경의 시선,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등을 꼽았다.

최근 베트남을 뒤흔들었던 축구 열풍도 한류에 한 몫을 담당했다. 동남아 최초로 아시아 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대회 준우승을 이끌었던 박항서 감독의 활약에 베트남이 열광하며 환호했고 또한 당시 많은 우리나라 국민과 매체가 베트남의 우승을 기원했던 것이 베트남 뉴스에 보도되며 한국은 베트남의 친구, 동료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선호는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한국 제품을 구입하고 인증샷을 자랑하기도 하고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리즈물로 제작해 인기몰이를 하는 네티즌들도 많이 있다.

한류로 인한 부작용

경제·문화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이 환영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도 많다.

한국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무단으로 광고를 제작하기도 하고 품질을 인정받은 한국 제품이라고 속여 중국 제품을 판매하거나 한국의 제품을 교묘하게 따라 한 이미테이션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시내 곳곳에는 엉터리 한글이나 태극기를 붙여놓고 한국 기업 행세를 하는 중국 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 제품 수준의 품질이나 관리, AS 등을 보장 할 수 없는데 그로 인한 불만이나 이미지 하락은 고스란히 한국이 떠안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중국 기업의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오인하여 소개하는 영상. 
해당 기업의 봉투에는 KOREA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있어 유사한 오해가 빈번하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작성자   Monster Channel
중국 기업의 제품을 한국 제품으로 오인하여 소개하는 영상. 해당 기업의 봉투에는 KOREA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있어 유사한 오해가 빈번하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작성자 Monster Channel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악의적인 비방도 적지 않다. 얼마 전 현지 유명 칼럼니스트의 SNS에 한국 기업을 비방하는 유언비어가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고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를 퍼트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현지 여건상 적발이나 처벌이 용이하지 않아 자체적인 해명이나 홍보를 통해 극복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그냥 지나쳤을지 모를 한국의 소식들이 이곳의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데 그 가운데에는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뿐 아니라 베트남인이 한국에 와서 겪은 부당한 일에 관한 뉴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 관광객이나 교민들의 무례한 행동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호감을 이용해 현지인들에게 사기·폭언·폭행 등의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국가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선량한 교민이나 관광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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