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9주년 3.8세계여성의날에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블로그
2017년 109주년 3.8세계여성의날에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블로그

호주제 폐지, 성소수자 법안 발의

“나라다운 나라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성평등한 나라”

 

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노회찬(62)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의 대표적인 남성 페미니스트였다. 노동운동가로 시작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투신한 후 진보 정치의 지평을 넓힌 동시에 성평등과 여성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국회의원이 된 이듬해인 2005년부터 매년 3·8세계여성의날마다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해온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

노 의원의 입법 활동은 여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노회찬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발의 법안은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2004년 9월14일 제출한 민법 개정안이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따르도록 했던 것을 어머니의 성도 따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제안 이유로 ‘호주를 중심으로 호주와 다른 가족구성원간의 관계를 종적이고 권위적인 관계로 규율함으로써 가부장적 사고가 고착화되고 이에 따라 남녀차별을 조장하며 가족구성원들의 화합과 복리를 저해하는 전근대적인 가족 관념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부득이 호주 제도를 설치한 현행법을 개정하여 사회 변화에 따른 현실의 가족생활에 부합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 이념에 일치하는 가족제도를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되자 여성계는 노 의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2006년 10월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임기 후반인 2008년 1월28일에는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부 내 논의를 촉발시켰다. 2007년 12월 성소수자단체 ‘친구사이’는 노 의원에게 무지개 인권상을 수여했다.

노 전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평등 사회를 위한 소신을 밝히고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5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의 만남에서는 대통령 부부에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 초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세 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도 좀 더 인간다운 사회가 되리라 확신한다. 강추!”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정의당 여성당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성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발족식에서는 “제가 태어나서 맡은 직책 중 가장 영광스러운 직책을 오늘 이 자리에서 맡게 됐다”면서 “나라다운 나라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성평등한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의 가사부담, 폭력으로부터의 위협, 경력단절, 차별 등 무수한 문제가 바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평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는 여성의전화 활동가이기도 하다. 부부가 함께 노동운동을 하다가 아내는 여성운동으로 전환했다. 노 의원은 여성신문 2005년 9월 9일 인터뷰에서 아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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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여성의전화를 통해 노동문제에서 여성과 연관된 사회문제로 옮겨갔다. 본인은 이를 스스로 ‘발전’이라 말한다. 난 특히 아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아내의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실태를 알게 된다.”

13년 전 당시 인터뷰에서 노 의원이 밝힌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지금도 현재 한창 논의되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국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는 경제 발전에 비해 대단히 열악하다. 저출산 위기? 사회가 스스로 곰곰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러기는커녕 저출산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다면 그야말로 ‘사돈 남 말하는 격’이다. 이제 여성들의 모성을 보호하면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노 의원은 대표적인 여성 정치 이슈 3가지에 대한 입장으로 △당직의 30% 이상 여성 할당 의무화를 시작해 최종 목표는 50% 여성할당 △모든 당직과 공직에 나서기 위한 조건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여성할당제에 적극 찬성하며 그 방법으로 비례를 늘려 그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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