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경 아이를 데리러 온 모네짱(3) 아빠가 모네짱의 옷을 입혀주고 있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오후 10시경 아이를 데리러 온 모네짱(3) 아빠가 모네짱의 옷을 입혀주고 있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후쿠오카시 도론코 야간보육원 

미혼모에 대한 철저한 신분 보호

한부모도 일·가정양립 가능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 

“미혼모 가정의 아이가 몇 명이냐고요? 저희도 잘 모릅니다.”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마히사 가오루 원장은 시설 내 미혼모의 아이가 어느 정도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도론코는 일본어로 흙투성이를 뜻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육원 이름을 지었다고 원장은 말했다.

도론코 보육원은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있다. 후쿠오카역에서 차로 15분 남짓 걸려 도착한 이곳은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남아 있는 원생은 스무 명 정도. 오후 10시가 넘자 한쪽 공간에선 보육교사 한 명이 잠자리에 든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반면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아이들은 이 시간까지 남아있는 것이 익숙한 듯 울거나 보채지 않고 부모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설립 3년 차의 도론코 보육원은 3층 규모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앞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놀이터가 있다. 이처럼 규모가 큰 야간보육원의 경우 입소 경쟁률이 높은 편이지만, 일본의 아동 정책에 따라 한부모가정의 아이라면 우선순위로 입소할 수 있다. 입학신청서를 써서 입학절차를 밟으면 시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 사무실에 이를 제출한다. 허가를 받은 뒤 원에서 실시하는 설명회에 참가해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는 형태다.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적응 기간을 거쳐 입소하게 된다.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의 외부 모습.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의 외부 모습.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인가보육원인 이곳은 시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미혼모 등 한부모가정의 아이가 누군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시가 소득순위별 보험료 책정에 따라 개인의 보육료를 취합해 결정하면 인가보육원은 이를 위탁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 대상자라는 이유로 한부모가정의 아이인 것이 바로 드러나는 한국의 보육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선생님들은 평소 아이의 생활 습관이나 하는 말을 통해 아이의 가정환경을 짐작하는 정도다. 한부모가정의 아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원장은 “제일 젊은 나이의 엄마는 22살이다. 아이가 3살인데 10대 때 아이를 낳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10대 엄마도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평소 말하는 것을 통해 어떤 가정인지 파악할 순 있지만 일본 문화에서도 미혼모라고 하면 따라오는 사회적인 시선 때문인지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론코 보육원은 일본 내 야간보육원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시에서 운영하는 인가보육원은 인기가 좋아 경쟁률이 높은 편인데, 한부모를 포함해 맞벌이 부부, 회사원, 자영업자 등 입원 희망자 중 세금 납입액과 노동시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세금이 적을수록 노동시간이 길수록 우선 순위이다. 인가보육원 입소 경쟁에서 떨어진 엄마들은 비인가보육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후쿠오카시에 위치한 260여개의 야간보육원 중 새벽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곳은 도론코 보육원을 포함해 총 2곳뿐이다.

원장은 “전국 인가 야간보육원은 80개 정돈데, 비인가 야간보육원은 1500개 이상”이라며 “이는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벽까지 운영하는 야간보육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가 몇 명이 될지언정 아이를 맡기고 싶을 때 자유롭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에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이들이 남아 있다. 도론코 보육원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에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이들이 남아 있다. 도론코 보육원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도론코 보육원은 미혼모의 일·가정양립 부담을 줄여주는 시설로서도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

보육원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도론코 보육원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오전 7시에 등원하면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몬테소리 교육을 한다. 이후 야외활동이나 산책 후 오후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부턴 청소를 한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낮잠 시간이다. 오후 3시 반이 되면 간식을 먹고 4시엔 마당과 실내에서 논다. 이후 아이들은 순차적으로 퇴원한다. 저녁을 먹고 남아있는 아이는 한 차례 더 간식을 먹는다.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기는 사람이 많으며, 짧으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정도다. 야간 보육 땐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최대 4시간까지 연장 보육이 가능하다. 연장 보육 시 추가되는 보육료는 1시간에 월 3000엔(약 3만652원) 정도다. 2시간 이상 연장할 땐 아이의 끼니를 챙겨야 해 식사비도 내야 한다. 휴일에도 아이를 돌봐주며, 휴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도론코 보육원이 쉬는 날은 12월 31일과 1월 1일 등 총 3일이다.

이곳엔 점심 평균 100명의 원생이, 야간 평균 55명의 아이가 남아있다. 연령대는 3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다양하다. 0세부터 3개월까지가 각각 10%, 나머지 연령대가 20%씩 골고루 분포해 있다. 보육료는 국가에 내는 세금에 따라 차등 지원하며, 0~2살이 가장 높고, 3~5살이 가장 낮다.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은 80만원의 보육료를 지급받기도 한다.

근무하는 직원은 50~60명 정도다.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와 급식·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을 모두 포함한다. 보육교사의 경우 주 40시간을 근무한다.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보육교사들은 오후 3시에 출근하는 식이다. 10시간을 근무할 경우 일주일에 4일을 일한다. 도론코 보육원 초임 보육교사 연봉은 400만엔(약 4093만9600원)이다. 일본의 보육교사 평균인 350만엔(약 3582만2150원)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원장은 설명했다. 따로 초과근무를 하지 않아 교육환경의 질도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의 한 쪽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고 있다. 도론코 보육원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한 도론코(どろんこ) 야간보육원의 한 쪽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고 있다. 도론코 보육원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후쿠오카=이유진 기자

원장은 “야간보육 시에는 오후 10시 이후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가 가장 많다. 한부모자녀를 포함해 오후 10시 이후까지 아이를 맡기는 사람들은 술집,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자영업자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0시가 지나면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다. 새벽 1시 30분에 아이를 데려가는 보호자도 있다. 서너 명의 아이가 새벽 2시쯤 집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후 10시가 되자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딸을 데리러 온 모네짱(3)의 아빠는 “모네짱은 1살 때부터 이곳에 다녔다. 회사가 이곳으로부터 40분 거리에 있지만 이렇게 늦게까지 아이를 봐주는 곳이 없다”며 “퇴근 후 매일 모네짱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것이 세 식구의 일상이 됐다. 일본 내 어떤 곳도 도론코 보육원만 한 시설이 없다”고 보육시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장은 “도론코 보육원의 교육 목표는 아이들과 가족이 정신적·신체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자립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가정과 지역사회 등 모두가 연대해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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