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인기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엔 여아의 각선미·S라인과 여리여리함·사랑스러움을 강조하는 화보들이 넘쳐난다. ⓒ여성신문
요즘도 인기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엔 여아의 각선미·S라인과 여리여리함·사랑스러움을 강조하는 화보들이 넘쳐난다. ⓒ여성신문

아동복 쇼핑몰 여성 피팅모델 성적 대상화 여전

풀메이크업은 기본…각선미·S라인 강조

여리여리함·사랑스러움 부각해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 그대로 답습

잡티 없는 흰 피부, 분홍빛으로 물든 볼, 살짝 벌린 입술, 잘 손질한 머리, 마르고 긴 팔다리.... 국내 인기 온라인 아동복 쇼핑몰 화보 속 8~12세의 여아들은 여전히 “여리여리한” 몸매와 “사랑스러움”을 강조하는 화보의 주인공들이다.

여성신문이 온라인 아동복 쇼핑몰의 여아 피팅모델 성적 대상화 실태를 보도한 지 1년이 지났다. (▶[단독] 10살 아이의 각선미? 요즘 아동복 쇼핑몰의 문제적 화보들 http://www.womennews.co.kr/news/115284) 변화는 없었다. 게다가 여름 시즌에는 짧은 옷을 입은 아이들의 ‘각선미’, ‘S라인’을 강조하는 이미지가 태반이다.

 

화장하지 않은 여아를 모델로 삼은 곳도 찾기 힘들었다. 여자아이라면 흰 피부와 발그레한 볼과 입술을 강조한 화장은 필수인 듯했다.

제품 홍보 문구에서도 젠더 고정관념이 드러난다. “완전 여자 만들어주는 여신스커트” “하체통통 아가씨들 군살커버해주는 워터 치마레깅스” “풍성한 볼륨감으로 걸리쉬하게” “외출할 때도 예쁨은 포기할 수 없어” “여리여리한 느낌이 드는 티셔츠” 등이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해야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한 수준이다.

 

이러한 화보들은 꾸준히 비난을 받았다. 지난 여성신문 보도 이후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보인 반응도 “아이들이 개성을 추구하기보다 왜곡된 미의 기준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까봐 우려된다”였다. 여성과 소수자가 받는 사회적 압박에 주목해 온 페미니스트 작가 이진송 씨는 이러한 화보들이 “여성과 아동의 다양한 모습과 개성을 지우고, 사회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만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쇼핑몰 관계자들은 “아동복 소비자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A 쇼핑몰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아이들도 엄마처럼 예쁜 옷을 입고 꾸미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 않나.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B 쇼핑몰 관계자도 “패션·뷰티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아동복 패션과 결합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봐 달라. 저희 고객, 모델, 보호자도 대부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키즈(Uniqlo Kids), 에이치앤앰 키즈(H&M Kids), 자라 키즈(Zara Kids) 등 해외 인기 아동복 브랜드의 최신 화보 ⓒ웹사이트 캡처
유니클로 키즈(Uniqlo Kids), 에이치앤앰 키즈(H&M Kids), 자라 키즈(Zara Kids) 등 해외 인기 아동복 브랜드의 최신 화보 ⓒ웹사이트 캡처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유니클로 키즈(Uniqlo Kids), 에이치앤앰 키즈(H&M Kids), 자라 키즈(Zara Kids) 등 해외 인기 아동복 브랜드의 카탈로그나 온라인 상품 이미지를 살펴봤다. 성인 여성처럼 꾸미고 화장을 하거나, 몸매를 강조한 화보는 찾기 어려웠다. 다양한 인종과 체형, 표정과 포즈를 보여준 모델들이 더 많았다.

이 씨는 “아동복 화보들이 제시해야 하는 메시지는 ‘이렇게 해야 어른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이것이 어른들이 원하는 아동의 이미지다’가 아니라 아동을 그 자체로 긍정하는 것이다. ‘뛰어놀고 수선스럽고 얌전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점잖거나 예쁘거나 애교를 떨지 않아도 너는 소중한 존재이며 이 옷은 너에게 잘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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