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손은경 학생 

이주여성 창업가, 투자유치 어렵고 

남성 중심 사회서 편견 부딪혀 

G20 Summit, WPL 2018 참석 

글로벌 거버넌스로 문제 해결하고파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손은경 학생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손은경 학생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주여성들이 창업해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손은경 씨는 “여러 국제포럼을 참가하며 이주노동자의 창업 문제를 알게 됐다”며 “각 나라 이주노동자의 고용 현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한국의 경우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부끄럽게도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 이후 알아보니 한국에도 많은 이주여성이 창업했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15학번에 재학 중인 손씨는 ‘2016 G20 Youth Summit, Y20’ ‘2016 모의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2017 G(irls) 20 Summit’ ‘2018 Women Political Leaders Global Forum(WPL) 등 다수의 국제포럼에 한국 청년대표로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국제 사회의 성 평등 이슈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손씨는 “지난 몇 년 사이 ‘창업 붐’이 시작되면서 국내 외국인 창업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국인 대상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많아졌다”며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창업 이후 지속적인 뒷받침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창업가는 남성보다 경제적 지원을 얻는 게 쉽지 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편견에 부딪힌다. 특히 이주여성 창업가들한테는 이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주여성 창업가의 공통적인 어려움은 경험 부족이었습니다. 초기 지원정책이 있긴 합니다. 씨드 펀딩(Seed Funding), 입주 시 적은 임대료로 사무 공간을 빌려주는 프로그램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비즈니스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언을 받지는 못합니다. 이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컨설팅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입니다.”

손씨가 만난 이주여성 창업가 중에는 성 차별적인 경험을 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은 업무 미팅에 갈 때면 항상 중년의 한국인 남성과 동행한다고 했다. 미팅 시 투자자나 결정권자인 사람이 기성세대 남성인 경우가 많아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성 대표는 미팅 시 남자 대표에게만 악수를 청하는 남성 투자자들 때문에 당황한 적이 많다. 여성과 남성이 미팅에 동시에 참여해도 여성이 대표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남성 중심 문화에서 여성들은 창업 이후에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판로개척과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일·가정양립 등 여러 문제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주여성의 창업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손씨는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국내외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서울글로벌창업센터를 통해 이주여성 창업가 4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아울러 국제 NGO 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회원으로 활동하며 관련 주제를 포함한 계획서를 발표했다.

손씨는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가진 기술이 있어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고 네트워크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기술로 국내에서 창업한다면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외국인 창업 비자, 창업 정보, 네트워크 형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에게 필요한 건 각 사업이 진행될 때 궁금한 점을 묻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비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대학어학당과 제휴를 맺어 이주 노동자에게 비즈니스 용어를 가르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앞으로도 다양한 국제 포럼에 참가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월부터 8일까지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에서 진행된 글로벌여성리더포럼(Women Political Leader Summit, WPL Summit 2018)에 참석했다. 자국의 사회, 경제적 정의를 위해 노력해 온 16개국의 여성 대표들이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고위직에 오른 여성 리더들과 값진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다. WPL Summit 2018은 미국의 금융 및 통신회사 웨스턴 유니온(The Western Union Company)이 후원했다. 웨스턴 유니온은 이 포럼에 21명의 젊고 우수한 청년 활동가들을 파견했다. WPL Summit 2018은 웨스턴 유니온의 기본 가치인 ‘교육’ ‘포괄성’ 그리고 ‘연결성’을 공유한다. 특히 여성 정치의 대표성과 정부 역할을 증진해 국가 정책과 국정 관리에서의 폭넓은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 포럼에 손씨는 한국 청년 대표로 참석했다. 또한 웨스턴 유니온이 구축한 여성 리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고 한국에 돌아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젊은 여성일수록 정치참여 과정에 있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글로벌 활동을 통해 여성의 정치·경제활동 신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외교단체의 소식을 접하고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올라오면 바로 신청하는 편입니다. WPL 포럼도 G(irls) 20 정상회의 참가를 계기로 연이 닿았죠. 무엇보다 눈앞의 기회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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