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놓은 사냥꾼” 안희정 향한 검찰의 일갈
“덫 놓은 사냥꾼” 안희정 향한 검찰의 일갈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7.03 07:54
  • 수정 2018-07-03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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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안희정 사건’ 첫 재판

‘위력’ 존재 여부 두고 공방

검찰, ‘유력 대권주자’ 강조…

“위력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

변호인 “장애인 아니고 혼인 경험

있는 결단력 있는 여성” 주장

“괘념치 말라”던 안희정,

재판 내내 눈 감아

법원 밖 여성단체들 시위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이 열렸다. ⓒ여성신문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이 열렸다. ⓒ여성신문

업무상 위력으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공식 재판이 열렸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는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를 두고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권련형 성폭력 범죄”로 보는 반면, 안 전 지사 변호인 측은 “성관계는 인정하나 위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첫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기일은 앞서 두 차례 이어진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출석 의무가 부과되는 본격적인 재판 절차다. 이날 오전 10시56분께 서부지법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303호 법정으로 향했다. 안 전 지사가 도착하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피해자변호인단으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측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80여석의 법정은 일반시민과 여성단체 활동가들로 기자들로 꽉 찼다. 법정 밖에도 방청권을 받지 못한 여성들로 붐볐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안 전 지사는 재판 내내 의자에 기대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재판 방청을 위해 법정을 찾은 피해자는 방청석 첫 줄에 앉아 법정에서 오간 발언들을 필기 했다.

먼저 검찰 측은 10가지 공소사실을 낭독하면서 이 사건을 “명백하고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은 차기 대통령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등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다른 고용관계 하에 이뤄진 권력형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에 대해 갖는 지위가 막강하다”며 “정무비서는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공사 불문하고 지시를 수행해야 하는 위치이며 피고인의 말 한마디에 직위를 잃을 수 있는 극도로 비대칭적인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특히 피해자가 수행비서로 일한 지 26일만에 발생한 첫 번째 범행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단둘이 밥을 먹거나 차를 먹는 등 연애감정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은 없었다”며 “‘모든 것은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인식은 전형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자가 보이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 측은 안 전 지사가 이 같은 피해자의 ‘을의 위치’를 악용해 업무지시를 가장해 술·담배 같은 기호식품을 가져오라고 지시해 간음과 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위력으로 간음했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측은 이같은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에 대해 “성관계는 인정하나 위력이 존재했다거나 행사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추행 사실도 없었으며 만에 하나 행위가 있었더라도 합의하에 의한 관계 이후 한 스킨십일 뿐”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 측 대리인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위력이란 정신적·물리적 측면으로 힘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할 만한 것이라야 한다”며 “사회적 저명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력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는 아동도, 장애인도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스마트한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로 캠프에 참여할 만큼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라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약할 위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행사됐고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맞섰다.

오후 재판에서도 ‘위력’을 둘러싸고 검찰과 안 전 지사 변호인들 간 공방은 이어졌다. 검찰은 재판부에 주요 증거를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서류 증거는 법정에서 공개돼도 무관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김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병원 진료를 받으려 한 사실, 안 전 지사 가족이 김씨의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업무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한 내용,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산부인과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씨에게 당한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비서실장 등에게 호소했으나 반년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정황을 제시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이같은 사실은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이 극히 낮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런 상황이기에 “수행비서인 김씨가 도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더욱 더 밝힐 수 없었다”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피해자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할 때 숙지를 요구받은 업무매뉴얼도 위력을 입증할 증거로 제시됐다. 매뉴얼에는 수행비서는 개인 약속을 지양하고 도지사가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보좌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목욕을 할 때도 휴대전화를 비닐로 싸서 항상 체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있다. 또한 수행비서는 지사의 담배와 라이터, 명함, 필기구, 선크림, 물티슈, 빗 등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현재 안 전 지사는 전 정무비서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의 혐의(피감독자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까지 집중 심리를 거쳐 7월 내에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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