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마시고 빨리 취하자”

한국의 술자리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어느 술자리에 가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패턴이 존재한다. 혹자는 이런 획일적인 술자리문화가 군대문화로부터 왔다고 말한다.

잔 돌리기-여러 사람이 잔 하나로 술을 돌아가며 마시는 방식이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음 사람이 기다리기 때문에 술을 빨리 마셔야 하고 먹기 싫어도 안 마실 수 없게 만든다.

원샷하기-잔 돌리기에는 으레 원샷이 따르기 마련. 각자 자기 잔의 술을 동시에 비우게 하기도 한다. 잔 돌리기와 마찬가지로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폭탄주 마시기-회오리주, 난지도주, 수류탄주, 골프주, 소방주, 빨대주...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온갖 폭탄주가 있다. 섞는 건 마찬가지지만 칵테일은 부드럽게 맛을 살리는 반면 폭탄주는 술맛보다는 빨리 취하도록 한다.

이 모든 음주방식은 “모두 다 똑같이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술자리문화에 대해 연구한 이상길 교수(전북대 신방과)는 “한국의 지배적인 술문화는 광부나 선원 등 남성성을 요구받는 노동계급의 술문화와 유사하다”면서 “이는 한국사회에 남성문화가 유독 강하게 남아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술자리는 서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밤의 얼굴’을 보면서 한 팀으로서의 유대를 다지는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것보다 비공식적인 연줄관계가 우세한 우리 사회에서 술자리를 통해 ‘같은 편’이라는 공모관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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