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6일 세계 여성할례 금지의 날을 맞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투(Metoo)운동을 이용해 FGM 반대 운동 #MeTooFGM를 시작했다. ⓒbreakingnews
지난 2월6일 세계 여성할례 금지의 날을 맞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미투(Metoo)운동을 이용해 FGM 반대 운동 #MeTooFGM를 시작했다. ⓒbreakingnews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예멘 난민에 대한 거부감과 적대감 그리고 공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의 핵심에는 예멘 난민은 바로 ‘조혼’, ‘여성할례’, ‘명예살인’과 같은 ‘극단적으로 여성혐오적’인 국가에서 온 남성이라는 수사가 존재한다. 이러한 곳에서 온 남성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게 되면 그 ‘후진적 문화’가 한국 여성에게 더 위험과 위협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이다. 하지만 이 난민들이 얼마나 강력한 그 문화의 수호자이고, 매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여성할례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야만적 무슬림 문화의 상징’으로만 정의될 수 없는 복잡한 층위의 문제들을 담고 있으며, 이를 지금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것의 정치적 효과와 윤리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여성할례는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몇몇 아시아의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성의 음핵 혹은 소음순 일부분을 절제하거나 제거하는 이 시술은 행해지는 방식과 절차가 지역마다 매우 다양하다. 가부장적 통제의 방식으로 여성이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성적 만족도나 건강상의 문제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식의 할례도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할례에 대한 주제가 이제까지 먼 어느 다른 나라의 억압받는 여성 인권의 피상적 사례로 인용되어 온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 일군의 인권단체 및 페미니스트 그룹들은 이를 심각한 여성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입하고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법제화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단체에서 오랜 기간 헌신해온 페미니스트 활동가 한 명이 몇 해 전에 미국에서 내가 수업 조교로 일하던 여성학 수업에 게스트 스피커로 오고 싶다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사실 여성할례 주제에 대해서 별다른 고민이 없었던 나는 처음에는 그 특강 요청이 그렇게 복잡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수업을 담당하던 교수님과 여러 다른 조교들과 긴 시간 토론 끝에 우리는 그 여성할례 근절을 위해 강의를 하고 싶어 했던 강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우리가 같이 고민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적으로 고려가 되었던 것은 한 시간의 짧은 시간에 여성할례의 문제를 학생들과 얼마나 섬세하게 볼 수 있는 가였다. 이 주제가 대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타문화 여성억압의 사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개하고 야만적인 문화, (나와는 다른) 불쌍하고 종속된 여성들로 받아들여 질 가능성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뾰족한 방안이 없었다. 미국이라는 소위 제1세계의 대학 페미니즘 수업에 소위 제3세계 여성의 절단되거나 훼손된 성기를 전시해 어떤 배움을 추구할 수 있는지도 큰 고민의 지점이었다. 막대한 후원금과 자원들이 아프리카 여성할례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집중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는 물, 식량, 질병과 관련된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마치 전 세계 가톨릭의 ‘생명사랑 캠페인’이 오직 낙태 반대에 집중되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나는 이 수업에서 여성할례 근절 활동가를 부르지 않은것이 우리가 여성할례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거나, 이를 문화상대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거나 용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성할례가 선정적 소재로만 사용될 경우의 정치적 효과와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은 최근 예멘 난민 관련된 논의에서 활발하게 인용되고 확산되고 있는 여성할례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덧붙여 ‘가부장적 악습’으로 대표되는 여성할례는 ‘정상화 수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 인터섹스 수술(intersex surgery)과 많은 공통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는 흡사한 시술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여성할례의 문제를 어떻게 심화시켜나가야 할 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성형수술의 한 영역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생식기 수술 역시 함께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과 버스 광고판에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소음순 성형, 질 성형에 대한 광고와 정보를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가부장적, 성차별적, 여성 억압적 문화의 자장 안에서 여성의 생식기에 칼을 대는 일은 꼭 예멘에 가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절대 우리 문화도 문제가 있고, 남의 문화도 문제가 있으니 둘 다 비슷하게 괜찮다고 퉁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성할례를 비롯한 문제들이 -나의 나라보다 더 심한- 그 나라의 ‘후진성’과 ‘열등함’의 증거로 사용되어, 그 문화권 전체에 대한 타자화와 배척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할례란?

여성할례는 FGM(Female Genital Mutilation) 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FGM이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문화적 함의와, 비슷한 종류의 시술이 서구권에서는 의료과학의 이름으로 다르게 이름 붙여져 시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로 FGC(Female Genital Cutting) 혹은 FGS(Female Genital Surgeries)라는 용어가 제시되고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로 이를 어떻게 번역하여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인터섹스란?

우리말로 ‘간성(間性)’으로 불리는 인터섹스(intersex)는 염색체상의 성별과 생식기가 반대거나 남녀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 등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유전적 특징을 모두 가진 채 태어나는 아이를 말한다. 인터섹스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진과 부모에 의해 남녀 중 성별을 선택, 소위 ‘정상화 수술’이라 불리는 외과적 생식기 수술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는데, 이 역시 중대한 인권 침해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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