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서울시장’ 내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1.7% 득표 전체 4위

“페미니즘 정치의 시작…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열린 선거유세 눈부신 평등의 서울로! : 우리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원한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열린 선거유세 '눈부신 평등의 서울로! : 우리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원한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1.7%(8만2874표)의 득표를 얻어 전체 4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에 이은 것으로, 원내 정당인 정의당 김종민 후보(1.64%)를 앞지른 것이다. 신 후보는 14일 “저는 낙선했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이기 때문”이라며 역사는 우리들의 한 표를 승리의 시작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신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페미니스트라는 신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자기 해명을 요구받았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신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그동안 정치가 배제해온 모든 소수자와 함께 평등의 시대로 넘어가자고 외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페미니스트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가 평등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시민으로 살게 될 것”이라며 “2018년 지방선거는 페미니즘 정치의 용감한 첫걸음입니다.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이며, 뜨거운 연대의 정신이 차별을 무너뜨릴 것이다. 역사는 우리들의 한 표를 승리의 시작으로 기억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세상, 여성의 몸이 여성의 것이 될 수 있는 사회, 소수자가 혐오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 등 말씀드린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낙태죄 폐지, 불법촬영 근절, 성차별과 성폭력 없는 직장을 위한 일상의 정치는 계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낙선 입장 전문.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녹색당 서울시장후보 신지예입니다

 

기적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저는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가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수많은 시민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골목 벽과 거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말했던 벽보와 현수막은 없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신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다양한 자기 해명을 요구받았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신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페미니스트라는 찬란한 단어를 도시 곳곳에 문신처럼 새기고 싶었습니다. 차마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던 많은 시민이 선거 벽보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두근거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보물을 받아보며 짜릿하고, 명함을 손에 잡으며 작지만 벅찬 승리의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키우는 대신 ‘당신을 대변하는 후보가 바로 여기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정치가 배제해온 모든 소수자와 함께 평등의 시대로 넘어가자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낙선했습니다. 83,000명 가까운 시민들로부터 받은 지지로 1.7%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 페미니스트 정치의 시작점은 제로가 아니라 1.7% 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페미니스트가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모두가 평등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시민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페미니즘 정치의 용감한 첫걸음입니다. 사랑이 혐오를 이길 것입니다. 뜨거운 연대의 정신이 차별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역사는 우리들의 한 표를 승리의 시작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세상, 여성의 몸이 여성의 것이 될 수 있는 사회, 소수자가 혐오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가는 도시,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거리, 비인간 동물과 공존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씀 드린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셨던 여러분들을 위해 끝끝내 눈부시게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일상의 정치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 정치합시다.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싸우고, 성차별과 성폭력 없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정치합시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평등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고, 여성과 청년, 새로운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합시다. 가난 때문에 아프지 않고, 폭력 때문에 죽지 않고, 차별 때문에 병들지 않는 서울을 만듭시다. 덜 일하고, 더 많이 쉬고, 서로 돌보고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어갑시다. 우리가 선거 기간 동안 함께 나눈 꿈을 잊지 말고 함께 나아갑시다.

 

존경하는 녹색당 당원 여러분. 녹색당의 꿈은 올바른 하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서로를 돌보며, 우정과 환대로 혁명을 만들어가는 정당입니다. 20대 여성 페미니스트를 광역단체장 후보로 추천한 우리의 정당 문화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선거, 저를 지지해주셨던 많은 분들께도 이 소중한 정당의 당원이 되어주시기를 제안합니다. 녹색당은 더 많은 신지예를, 더 많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우리 사회에 배출할 정당입니다. 녹색당을 통해 만나게 될 많은 ‘신지예들’의 용기가 되어주세요.

 

우리 오늘, 서로의 존재를 축하합시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될 페미니스트 정치와 눈부신 평등의 시대를 열렬히 환영합시다. 그리고 더 많은 동료들을 이 거대한 흐름에 초대합시다.

페미니즘 정치는 이제 시작입니다.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향해, 눈부시게 평등한 시대를 향해 함께 걸어갑시다! 저 신지예와 녹색당은 용감하고 정의롭게 그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께 이런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선거기간 내내 여러분들을 만나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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