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원/반부패국민연대 홍보국장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몰고 온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의 심화라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노래가사가 이제는 허구라는 사실에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달에 2, 3만원 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을 굶는(缺食) 어린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쇼킹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또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부유층인 전문가집단, 심지어 정치인들마저 그들의 목소리를 ‘단식(斷食)’이라는 형태로까지 나타내고 있다. 단식과 결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최근 강남의 유흥업소와 일부 부유층이 이용하는 골프장은 오히려 97년 이전보다 이용객이 늘어나 IMF구제금융의 혼란한 사회상을 몰이해하고 있다. 정치권은 아예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政爭)에만 몰입하고 오로지 정권획득이라는 그들만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고 있다.

‘도대체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기 전에 우리는 소위 ‘잘먹고 잘사는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도덕심을 갖추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뿌려대는 그 수많은 돈은 정말로 정당하게 획득하였는지 말이다.

인류역사에서 결코 없어질 수 없는 두 가지 중 하나가 ‘부정부패’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정부패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필요악이란 말인가?’라는 독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필자는 답할 수 있다.

부정부패 척결은 국민이 나서야 할 문제다. 국민이 주인이 되고 앞장서서 썩어빠진 이들을 철저히 단죄하고 몰아내야 한다. 또한 법과 제도의 미흡으로 인해 부정과 부패를 만들 수밖에 없는 요소를 차단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부패는 사회의 암이다. 암의 확대재생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률이 있다고 해도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4·19혁명, 5·18민중항쟁과 같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 국민의 숭고한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 국민이 나서면 언젠가는 꼭 승리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몸소 터득하여 배웠다. 주도적인 일부 국민과 단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의 감시와 적극적 참여로써 모든 부정과 비리는 햇볕을 쏘인 세균처럼 맥없이 사멸하고 말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잠재적인 사회적 압력과 치러야 할 대가가 더욱 뼈아프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부정과 부패로 이루어진 개인과 국가의 부와 명예는 부실공사로 지어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처럼 일순간에 붕괴되고 만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부정과 부패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약간의 금전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우리의 생명’이 부정과 부패라는 세균에게 지불해야 할 대가이다.

전국적으로 12∼15만명의 ‘어린친구’들이 점심을 굶고 있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굶는 것도 아침을 많이 먹어서도 아니다. 정말로 먹을 것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줄 부모가 없어서이다. 이들에게는 방학이 더욱 고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토론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줄어들면 최소 1.6%이상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방비를 줄여서 사회복지에 쓰자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만큼이나 부정부패 일소로 인한 사회적 이익 역시 춥고 배고픔에 떠는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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