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명료하게 인정하자
“죄송합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명료하게 인정하자
  • 조은정 소비자학 박사
  • 승인 2018.06.05 10:07
  • 수정 2018-06-15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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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⑨

 

“주인의 말을 척척 알아듣고 심부름까지 한다는 인공지능(AI) 비서가 대세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다. 5월 13일(현지시간) CNBC는 AI 비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면 이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감시당하는 느낌일 것이라고 전하면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바로 AI 비서들에게 “나를 감시하고 있니?”라고 질문한 뒤 각각의 대답을 비교한 것이다.

아마존의 알렉사의 대답은 “당신이 저를 활성화하면 나는 그 말을 아마존에 전송할 뿐입니다. 아마존의 프라이버시 공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신다면 당신의 알렉사 앱이나 알렉사 홈페이지에서 도움말 섹션을 찾아보세요” 라고 답했다. 이어 같은 질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은 당신의 보안 정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의 개인 데이터와 안전을 통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합니다. 더 많은 프라이버시 정보는 구글닷컴에서 찾아보세요”라고 답했다.

반면 시리는 “나를 감시하고 있니?”라고 묻자, “아니(Nope)”라고 짧게 답했다. 이상은 2018년 5월 14일자 파이낸셜 뉴스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위 기사에서, 아마존과 구글의 AI 비서는 도대체 주인을 감시한다는 것인지 아닌지 명료하지 않습니다. 애플의 답은, 좀 건방져 보이긴 하나 명료하지요. 이들이 실제로 감시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회사 생활에서 해야 하는 대답은 애플 스타일입니다. 전 이 기사를 보자 제 회사 생활이 그대로 생각났습니다. 제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차장쯤으로 승진하고, 같이 일하는 후배 여성 사원이 한 명 생겼을 때입니다. 당시 저는 CS(Customer Satisfaction) 기획부서에 있었는데요. 후배 여성 사원이 준비했던 일이 조금 늦었고, 다소 부실하게 처리됐습니다. 그래서 부서장이던 부장님께 제가 대표로 가서 상황을 보고 드렸지요. 그 때 처음으로 저는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다시 처리하여 곧 복구하겠습니다”라고 명료하게 말씀드렸고, 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이전에는 어떻게 했냐고요? 그 이전에는 곤란한 상황에 이르면 대체로 “이건 상황이 이렇고요, 다른 부서에서 언제까지 해주기로 했는데 안 해줬고요. 컴퓨터가 다운되는 바람에 좀 더 늦어졌고요…” 등등의 설명을 잔뜩 드렸습니다.

그럼 어떤 반응이 오냐고요? “그래서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이 질문을 받으면 눈 앞이 하얘지면서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나고,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원래 일정대로 안 됩니다. 일주일 정도 늦어집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지요. 제가 직급이 높아지고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많아지니, 후배들도 저처럼 하더군요. 그럴 때 저는 불편해졌습니다. “포인트만 말해. 내 질문에 답을 해야지, 답은 안 하고 무슨 얘기가 그리 많아….”라는 반응이 나가더군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말을 간결하게 안 한다’. 또 하나는, ‘본인이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온 동네에 자랑하면서 본인이 잘 못 했을 때는, 잘 못 했다는 말은 안 하고 빙빙 둘러서 온통 핑계를 댄다’였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잘 못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순 없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변 여건이 안 되면, 흔히 말해 운이 안 따라 주면, 일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신속하고 명료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는 게 최선입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여성 사원들은 이렇게 하질 못하던데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명료하게 인정하는 것이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빙빙 둘러서 변명을 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답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은정 박사는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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