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여성 노동자 생존 위협
‘최저임금법 개정안’ 여성 노동자 생존 위협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5.29 16:59
  • 수정 2018-06-0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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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5.28 민주노총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5.28 민주노총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한 ‘최저임금 삭감법’

취업규칙 특례법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해진 것도 문제

“의원님은 월 157만원으로 살아본 적 있습니까?”

최저임금법 개정안, 일명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되던 지난 28일 국회를 향해 노동자들의 외침이 서울 여의도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해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점차 오르는 듯했던 최저임금이 국회의원 160명의 찬성표로 깎여나가게 됐다.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약 463만명(고용노동부 2017년 추산)에 이른다. 157만원은 2018년 최저임금에 따른 월급여액이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인해 저임금을 해소해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인상 효과가 상쇄된다. 특히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노력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25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고, 불과 사흘 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회의원 198명이 표결에 참여했으며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찬성을 주도했으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거대 양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의 핵심은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임금 외의 임금과 근로자의 생활 보조 또는 복리후생을 위한 급여항목 등이 시급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연소득이 약 2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산입한다.

이마저도 2020년부터 비율이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심지어 2024년 이후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2020년 1만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고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올랐으며, 매년 15% 이상 인상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같은 인상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법이 이같이 개정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한다는 제도의 목적도 사실상 무산됐다.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와 그밖에 최저임금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관인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제 실시로 기대하는 효과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 △근로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근로자의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이 향상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방식을 지양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토록 하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고 경영합리화를 기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발생할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법 개정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하지만 노동계는 틀린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중소기업의 실질적 고통은 재벌 대기업이 가하는 원하청 횡포에 있고, 자영업자 부담의 본질은 높은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수수료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을 통해 사측에 유리하도록 취업규칙 변경 절차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에는 임금체계를 변경하려면 사측이 근로자 과반수 동의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특례조항을 만들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으면 된다’고 바꾸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최저임금 직군인 마트 노동자들은 연2회 명절상여금 100%를 지급받아왔는데, 이것을 월할 방식으로 바꾸면 최저임금에 산입 대상이 된다. 그런데 취업규칙 변경으로 사실상 사측이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사무처장은 “이미 올해 초에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마트 협력 업체 직원들에 대해 회사들이 명절상여금을 일방적으로 월할로 바꾸는 꼼수가 발생했다. 그래도 그때는 취업규칙에 따라 설명회를 열어 동의서에 서명받는 작업을 했고,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같은 절차조차 없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제도의 무력화 사태를 가장 우려하는 곳이 여성노동계다. 당장 여성의 생존 문제가 걸린 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성별임금격차, 경력단절까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의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앞장서온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최저임금이 곧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실질임금인 셈”이라면서 “여성노동자 중 최저임금 영향권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은 6명 중 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최저임금은 청년에게도 중요한 문제지만, 청년이라는 특정 시기에 국한돼있다면, 여성은 전 생애에 걸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여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2017년 8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29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제도의 무력화는 여성노동자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 대표는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52.4%이고 노조 가입률은 2%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임금 저하를 저지해낼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법 개정 결과에 따라 ‘노동존중사회’를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실제로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지,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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