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우리 사회 필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나아가 민간기업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연봉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실제로 기업들이 어떤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를 알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다양한 기업의 가족친화 제도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워라밸 기업’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했다. 첫 번째 기업은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다. 아래는 김한수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HR본부장과의 인터뷰이다.

 

김한수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HR 본부장은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유지하고 이를 관리자 레벨로 올리는 것이 결국 회사의 생산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한수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HR 본부장은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유지하고 이를 관리자 레벨로 올리는 것이 결국 회사의 생산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김한수 HR 본부장 “슈나이더일렉트릭의 기업 철학은 ‘다양성’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다. 여성·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해 UN에서 만든 ‘LGBTI Standards of Conduct for Business’에도 서명했고, 전 세계 성소수자 직원의 권리를 지지하고 있다.”

- 여성인력의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우수한 여성 인력을 유지해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관리자 레벨로 올리는 것이 결국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미래 일자리에서의 4가지 메가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여성(Women)이다. 4차 산업혁명이 되면 이전보다 더 사회적인 능력이 중요해진다. 많은 업무가 컴퓨터와 AI에 의해서 대체될 것이고, 결국 남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좀 더 미묘하고 복잡한 역량이 있어야 하는 사람 간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을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여성에게 많다고 본다.”

-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재 9%의 여성관리자 비율을 2020년까지 20% 정도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분기에 한 번 경영진이 모여 ‘피플 리뷰’(People Review)를 할 때마다 여성 인재에 대해 더욱 자세한 리뷰를 하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 관리자 레벨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여러 노력이 같이 병행돼야 한다. 양육에 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지 않는 사회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 관리자 평가 기준은. 

“탑 리더에 있어선 세 가지 평가기준이 있다. 능력(Ability), 민첩함(Agility), 포부(Ambition)다.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많은 일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더 큰 책임을 맡고 싶어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성취를 내고자 하는지를 본다. 매년 2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매니저 레벨로 키우는 EGP(Energy Generation Program)도 실시하고 있다. 선발 시 비디오지원 등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친다. 직원의 장점을 최대한 개발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가 기업 내 성평등을 위해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매년 관리자급에서 한 명씩 다양성·포용성 챔피언(Diversity & Inclusion Champion)을 선정한다. 작년엔 남자 팀장이, 올해는 여성 팀장이 선정됐다. 이 챔피언이 주가 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숨겨진 편견’에 대한 훈련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에 대해 발표할 때 무의식적으로 백인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넣는 경우가 있다. 아시아인이나 젊은 여성, 흑인 여성이 들어간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직원들이 은연중에 갖고 있는 편견들을 공유하고 벗어나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트레이닝을 한다.”

- 다른 회사보다 폭넓고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출퇴근 시간 범위가 넓다. 전 직원이 미팅하려면 오전 10시에 해야 한다. 실제로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직원들도 있다. 오전 8시, 오전 9시 30분, 10시 순으로 많이 출근한다. 올해부턴 특정한 사유가 있으면, 1년 단위로 근무시간과 임금을 50%로 맞춰 일할 수 있는 ‘파트타임 제도’도 신설했다. 정규직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복리후생은 똑같이 누리면서 하루에 반만 일할 수 있다. 연장도 가능하다. 1년 단위로 끊은 이유는 나머지 50% 일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 ‘글로벌 패밀리 리브’ 정책을 보면, 입양의 경우에도 출산과 똑같이 3개월 휴가를 받는다.

“‘글로벌 패밀리 리브’는 올해 1월부터 도입됐다. 내년 1월까지는 전 세계 모든 법인이 시행해야 한다. 서양의 경우, 입양 사례가 많아 입양 자녀를 돌보고 적응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처럼 똑같이 3개월을 적용하도록 했다. 정책 명칭에서도 ‘Mother’가 아닌 ‘Primary Parents’라는 표현을 쓴다. 반드시 여성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Secondary parents’라는 배우자 휴가를 쓸 수 있다. 현행 3~5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를 최대 2주 유급휴가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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