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동아리인 베보는 교내 동물복지 발전을 위해 실습 견을 돌보며 봉사를 한다. ⓒ김연정
봉사동아리인 베보는 교내 동물복지 발전을 위해 실습 견을 돌보며 봉사를 한다. ⓒ김연정

파릇파릇한 신입생 시절,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대학 생활 중 하나가 바로 동아리 활동이었다. 다양한 학과의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엠티도 가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상상을 모든 신입생은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더욱 사로잡았던 것은 다른 학과가 아닌 오직 수의학과 학생들끼리만 즐길 수 있는 학과 내 동아리였다. 동아리의 종류는 밴드나 풍물패 동아리 같은 공연동아리에서부터 농구, 테니스, 야구, 축구 등 스포츠 동아리까지 아주 다양했다. 그 속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동아리 두 가지가 수의한방 침술 동아리 ‘ACUV(아큐브)’와 봉사동아리 ‘VEVO(베보)’였다.

‘수의한방’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매력이 느껴지는 한의학이 수의학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다 같이 공부하는 학술동아리다. 혈 자리나 음양오행 등 한방의 기초적인 지식을 간단히 배우기도 하고 직접 침이나 뜸 실습을 하면서 한의학에 한 걸음 다가간다. 침 실습을 할 때는 강아지에게 직접 놓는 건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놓는 것으로 대체한다. 사람의 신체에서는 위험하지 않은 혈 자리가 두 곳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이곳에 놓는 것으로 실습을 한다. 두 혈 자리는 ‘곡지혈’과 ‘합곡혈’로, 곡지혈은 팔꿈치를 구부렸을 때 생기는 오목한 부위를 말하며 정신질환이나 중풍을 치료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합곡혈을 손등의 엄지와 검지 사이의 오목한 부위로, 우리는 보통 체했을 때 여기를 꾹 누른다. 이 두 곳을 깨끗이 소독한 뒤 침을 놓았는데, 침을 처음 만져보는 신입생들은 무서워하면서도 흥미로워했다. 또 실제 한방으로 치료를 하는 동물병원이나 한의학 연구소 등으로 견학을 가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분당의 ‘해마루케어센터’를 방문해 한방수의학이 재활의 측면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배워 보기도 했다. 침 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노령견의 약해진 근육을 강화해주고, 디스크가 있는 강아지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등의 보조적인 측면으로 많이 쓰인다. 이런 새로운 지식을 얻으면서 유익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동아리인 베보는 동물을 위한 봉사를 하는 곳이다. 교내 동물복지에 신경 쓰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동아리의 목표다. 그래서 유기견 보호소 같은 외부 복지 시설로 봉사도 가지만, 주된 활동은 매주 학교 내에 있는 실습 견들을 산책시켜주고 견사를 청소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자주는 해주지 못하지만 한 번씩은 목욕 봉사를 하면서, 반려동물보다는 확실히 관리에 소홀한 실습견들에게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소형견과 달리, 학교에 있는 강아지들은 전부 악마견으로도 알려진 비글이다. 얌전한 녀석들도 있지만, 정말 ‘비글스러운’ 녀석과 산책을 나가게 되면 산책을 하는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뜀박질을 해야 한다. 처음 산책을 경험한 한 신입생 후배는 “여기 운동 동아리예요?”를 연신 외치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산책을 마치고 나면 땀과 털이 뒤엉켜 엉망이 되지만, 산책하면서 찍은 강아지들의 사진을 보면서 느껴지는 그 뿌듯함만큼은 다른 어떤 활동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두 동아리의 색깔은 분명하게 다르다. 아마 수의대 내의 모든 동아리가 각자 다른 색깔을 띠고 있을 것이다. 많은 학생은 그 전혀 다른 두세 가지 색의 동아리에 동시에 참여한다. 가령, 풍물패 동아리를 하면서 침술동아리를 하기도 하고, 기독교 동아리를 하면서 밴드 동아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들의 내면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고, 그 부분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나타내고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가며 나름의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