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공모해 여성을

성기로 대체하고

혐오하는 사회 만들어

 

 

 

‘비공개 촬영회’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인권 강탈에 분노한다. 이는 인터넷 구인사이트나 카페 등에 통상 평범한 옷 모델 아르바이트이라 광고를 내고 모델이 오면 공갈 협박으로 노출 촬영을 강요하는 것으로 2000년경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지옥이다. 피해자는 편히 먹을 수도 잠들 수도 없다. 사람들이 두려워 거리 나서기가 끔찍한 시간이 하루, 한 달, 일 년, 이 년…. 그리고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음란 사이트에서 ‘너를 봤어’라는 문자가 온다. 비난이 들려오고 가족의 신상이 털린다. 그 삶을 상상해 보라. 그 고통을 돈으로 치환할 수 있는가.

 

돈 좋아 그런 짓을 했으니 당하는 게 마땅하다는 댓글, 증거를 가지고 가도 이 정도로는 수사가 어렵다고 체모가 나오는 장면을 채증해 오라며 피해자를 돌려보내는 수사망, 가해자를 무죄방면하는 판사, 피해자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 그런 것이 존재하는 사회. 2차 가해가 판치고 정의가 사라졌다.

어디 경찰서나 법원뿐이겠는가. ‘조심하지 그랬어’ ‘바로 신고는 왜 안 했냐’ ‘알바비가 비싸면 의심을 했어야지’라며 피해자를 추궁하는 친구, 부모도 정의와는 멀다. 정의가 있다면 오로지 지옥을 기획하고 그것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가해자만 비난의 대상이자 고통받을 자다.

사진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존재했던 성범죄, 이것은 소라넷이 17년 동안 잔존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한 사람의 피해자가 등장하자 또다시 등장하는 미투 행렬, 아직 안전하게 양육돼야 할 10대부터 그저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회초년생을 음모에 빠뜨린 상황을 보라. 개인 소장을 조건으로 촬영하지만 2~3년 후에 유출되는 구조. 피해자가 고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자행되는 뻔뻔한 재범들. 남성이라는 몸을 무기로 공갈과 협박을 자행한 범죄자들. 이 범죄자를 무죄방면한 자, 피해자를 비웃은 자, 더러운 여자들이라며 혐오의 발언을 던진 사람들, 약자성에 길들여져 피해자를 타자화하는 이들도 공범이다. 우리 모두가 공모해 여성을 성기로 대체하는 사회, 혐오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그 사회 안에서 여성은 손쉽게 통제돼온 것이다. 남성들은 본 자와 보지 않은 자로 나뉘겠지만 여성을 비하 혐오하는 정서를 공유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동일 범죄, 동일 수사 그리고 동일 처벌은 정의로운 시민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초다. 언론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가해자의 거짓된 발언을 받아 기사화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멈춰라. 국가는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편파수사 논란을 낳았던 홍대모델 사건처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 한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사진 촬영자, 혹은 최초 유출자, 특정 삭제업체가 카르텔을 형성한 거대한 범죄조직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일 악마의 행위를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범죄 집단이 있다면 소탕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조계의 인식 개선 방안을 마련해 지옥을 만드는 범죄자를 무죄방면하지 않도록 하자. 이 모든 과정을 시민으로 지켜보자. 우리 안의 지옥을 더 이상 용인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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