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넘어 ‘가족들’로] 초등학생 아들 혼자 키우는 출장세차맨
[‘가족’ 넘어 ‘가족들’로] 초등학생 아들 혼자 키우는 출장세차맨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5.21 08:50
  • 수정 2018-05-2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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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결혼을 통해 결합한 이성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가족’이라는 틀에 가둬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가족(the family)은 가족들(families)로 존재해 왔습니다. 한부모 가족, 동성애 가족, 다문화 가족, 1인 가족 등 ‘정상가족’의 틀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이웃에 존재하는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김지호 씨(42세, 가명)씨는 한밤중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서 세차를 하는 일이 그의 직업이다.

원래 김씨는 전화로 보험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가다. 일을 하면서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 그는 출장세차를 하게 됐다.

아이가 태어난 2009년 김씨는 아내와 함께였다. 김씨 부부는 출산 직후 갓난 아이를 데리고 귀농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이가 8개월 무렵 시골에서 못살겠다며 집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이혼을 하게 된 김씨는 아들과 2년간 시골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생각과 다른 귀농의 현실에 더 이상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시 상경을 택했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맡겨야 했다. 그렇게 홀로 경기도 군포에서 4년간 생활하며 자리를 잡은 다음 아이가 6살 되던 해 시골에서 데리고 왔다.

아이와 단 둘만의 생활로 김씨의 전쟁같은 독박 육아도 시작됐다. 일을 해야 하지만 주변에 마땅히 육아를 도움받을 곳도 없었다. 업무 시간이 자유로운 일이 직업을 선택하는 조건의 1순위가 됐다. 아이를 데려오던 무렵의 직업도 전화로 보험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였다. 그러나 6년차가 되던 2014년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수입이 줄어들고 영업이 되지 않아 생계가 어려워지자 그는 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했다. 그렇기 택한 일이 무점포 소자본으로 가능한 찾아가는 출장세차였다.

“세차일은 아들이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나 잠든 밤 시간에 할 수 있어요. 잠든 아이 혼자 두고 나오기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요. 종종 아들이 새벽 시간에 잠에서 깨 전화를 해요. 잠이 안온다고요.”

김씨와 아들은 보통의 부자지간과 달리 무척 살갑다. 엄마의 빈자리는 표현을 못하지만 제가 힘들면 자녀도 힘들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런 아들은 아직 어리지만 아빠가 왜 밤중에 세차 일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

“한번은 겨울방학이었어요. 밤에 일을 나가려는데 아들이 ‘아빠 나도 아빠랑 세차 가면 안 돼?’냐고 묻는 거예요. 춥고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그날은 세차가 5대 뿐이라 데리고 나갔어요. 아이가 무척 좋아했죠. 아이가 걸레를 들고 함께 차를 닦으면서 제게 묻는 거예요. 아빠는 다른 일이 아니라 왜 세차 일을 하는지, 왜 밤중에 일을 해야 하느냐고요. 그래서 제 대답은 이랬어요. 아빠가 혼자 널 키우기 위해서는 이 일이 괜찮고, 아빠가 땀흘린 만큼 너를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요.”

그는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내 모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들이 있기 때문에 제 존재감이 있어요. 왜냐하면 아들 때문에 삶의 목적과 목표가 있거든요 가끔이 아니라, 자주 어렵고 힘들고 외롭지만 아들이 아빠의 삶의 존재이거든요. 아들이 없었다면 이미 삶을 정리했을 거예요.”

그는 남자 혼자 아이 키우는 어려움은 어떤지, 정책적으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자 담담하게 말했다.

“아들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은 맘대로 안 되잖아요? 오랜 시간동안 단둘이 살아 왔기에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없으면 없는대로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요.”

다만 아이의 밥을 제대로 못 차려주는 것과 반찬 걱정,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없다는 점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이보다 속이 깊은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한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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