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빈번하게 듣는 용어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이다. ‘혁명’이라는 표현에서 우리의 미래에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본래 시작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었다. 제조업 공장에서 지능형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하여 생산라인과 결합함으로써 이룩한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말한다. 단지 공장자동화 수준을 넘어 인텔리전트한 기계의 등장으로 생산라인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이다. 단순 조립라인 위주의 경직된 대량생산체제를 탈피하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가능해 졌다. 제조원가에서 노동의 비중이 대폭 감소하고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신경회로망, 딥러닝, 머신러닝, 머신비전,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낯선 용어들이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생산라인을 넘어 전 산업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혁명이 시작될 것이며, 고용구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한다. 기업들의 반응은 빠르다. L그룹은 지난 4월 사이언스파크를 개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기업이 영속하는 근본적 해법은 인재를 키우고 R&D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전반의 젠더격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정책 - 특히 지지부진해했던 대졸여성과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대 문제에 획기적인 변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16년 기준 73.5%로 2009년 이래 계속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의 진학률이 남성보다 무려 7.2%포인트나 높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보다 21.4%포인트나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 격차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심화되는 30대 후반 연령대에서는 그 격차가 35.3%포인트나 된다. 특히 남녀 대졸자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1.8%포인트나 된다. 거대한 고급 여성 유휴 전문인력풀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졸여성과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이 부진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서 출발했다. 변화의 핵심은 스마트한 기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지형 기계의 등장이다. 그 근저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인터넷 보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매일 생산되는 데이터는 우리의 상상을 이미 초월한다. 이러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보로 (기계)지식으로 (인공)지능으로 발전시키는 학습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첨단기술이 동원된다. 딥러닝이나 머신러닝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4차 산업혁명이 국가경제의 도약과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의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와 같은 비제조업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그간의 여성 일자리정책은 다분히 기존의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기회는 여성계의 능동적인 조기 대응을 요구한다. 변화의 불길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번질지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 확실한 것은 빅데이터가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분야의 새로운 전문인력이 대거 필요할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정부나 국회의 여성정책 어디에서도 그 준비를 위한 논의를 찾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새롭게 부상한 분야로 ‘데이터 사이언스’가 있다. 대졸여성과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매우 적합한 분야라고 본다. 위키피디어의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이나 비구조적 데이터에서 지식이나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알고리즘, 프로세스, 과학적 방법론의 다학제적 분야”라고 규정한다. 단순한 데이터 마이닝의 수준을 넘어 머신러닝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한다. 데이터 사이언스야 말로 빅데이터에서 인공지능까지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이 같은 강력한 외부 여건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 여성가족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도 시대에 맞게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취업상담,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및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메가트랜드 속에서 전문직 수요가 높아지는 국면을 보면서 수요자 중심의 능동적이며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4차 산업혁명과 여성’ 포럼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민간 주도로 출범하여 논의를 전개하면서 정부와 국회, 언론을 대상으로 여론 조성을 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발전하고 축적되는 기술과 자원이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용되도록 젠더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하면서 새로운 전문인력 수요에 대비하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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