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를

돌려주는 사회가 되길

엄마가 가정과 일터 택일

하는 상황 없는 사회 되길

 

 

제96회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내 화목원에는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96회 어린이날인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내 화목원에는 부모와 함께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아빠는?” “아빠는 오늘 조금 늦는데” “으앙…”

며칠째 계속 야근이라 늦는 아빠가 보고싶었는지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한다. 주말에는 그래도 출근하지 않고 아이와 대부분 있어주는 아빠인데, 아이는 아빠가 늘 고픈가보다. 일찍 들어와 함께 저녁을 먹는 평일이 손에 꼽히지만, 그나마도 아이가 자기전에 들어와주고 주말에 함께 해주는 우리집의 경우는 아주 행운인 편이다. 이정도를 평균 이상의 행운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자체가 참 서글픈 일이지만 말이다.

직업 특성상 많은 부모들을 만나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평일의 아빠는 부재한다. 평일 뿐인가? 주말에도 아빠 얼굴도 못보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아이가 아빠를 찾고 보고싶어 하면 그나마 좋은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는 늘 거기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이상 특별히 아빠를 원하며 찾지 않는다. 아빠가 들어오면 어색해하고 함께 있기를 꺼려하는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게 더 이상 아빠의 부재로 머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 양쪽이 일을 하는 경우엔 일주일 내내 통틀어 평일에는 부모의 얼굴을 10시간도 채 못 보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흔히 출산을 꺼리거나 육아를 어려워 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부분이나 육아가 주는 고통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그러다 보니 출산과 육아에 대한 해결책이 가시적인 솔루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출산비용을 지원하거나 양육수당을 주는 것과 같은 지원들이다. 하지만 아이를 정말로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를 낳기만 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 같은 미안함,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환경이 도와주지 않아 함께할 수 없는 답답함. 그러한 심리적 부담감 역시 출산과 육아를 반복할 수 없게 하는 벽이 된다. 더 나아가 엄마라는 역할을 하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을 때,일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나마 가정을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정해진 날들이 있고, 어느 달보다 연휴도 많아 풍성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가정이라는 것은 그저 일년에 한 두번 챙기는 것으로 충분한 영역이 아니다. 개개인의 삶에 있어 보이지 않는 테두리이며, 태어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묵직하게 자리잡는 중심이 된다. 일년에 몇 번 이벤트처럼 오는 가정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가정이 돼야 우리 각자의 가정이 건강하게 자리잡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를 돌려주는 사회가 되길, 엄마가 가정과 일터를 택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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