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엔

여야, 진보·보수 따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악수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첫째,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는가? 남북 정상이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큰 진전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5월 중에 폐쇄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하튼 1990년대 초 핵 문제가 불거진 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째, 남북정상회담이 향후 북미정상회담과 주변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작지 않은 간극을 좁혀 실질적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빅뱅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동시적 보상’ 방안 사이에서 절충안을 도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지도자들에겐 문 대통령이 주장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이번 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남북 간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다가올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상당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7%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보수층에서조차 긍정 평가가 78.7%에 달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해 ‘행동이나 발언에 신뢰가 간다’는 응답은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6.3%)이 앞으로 이어질 북미 간 정상회담은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이런 우호적인 민심은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 사퇴와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등의 악재에 시달렸던 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여당 프리미엄으로 작동될 개연성이 커졌다. 반면,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보수 야당은 고립화되고 궤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법과 시기 등이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문’ 서명 후 공동 발표에서 비핵화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비록 남북이 큰 틀에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정확하게 모른다. 만약,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미국 핵우산 폐기를 포함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라면 모든 것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는 핵 동결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핵 폐기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 정부 시절 “모든 것이 깽판이 나도 남북관계만 좋으면 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인식 속에서 접근한다면 실패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여성성에 입각한 설득의 리더십을 펼칠 필요가 있다. 비록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 쇼”라고 하고, 심지어 홍준표 대표는 “비정상적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진 이면에는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명, 이런 평가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한에만 햇볕을 비출 것이 아니라 야당에도 햇볕을 비추는 따뜻한 여성성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정치에도 평화가 온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하고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정상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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