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아교육잡지 ‘꼬망세’,

보육교사 교육 자료에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하는 내용 담아

 

유아교육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꼬망세’가 발간한 교사 교육자료 ‘아이러브쌤’에 실린 내용 중 일부. ⓒSNS 캡처
유아교육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꼬망세’가 발간한 교사 교육자료 ‘아이러브쌤’에 실린 내용 중 일부. ⓒSNS 캡처

여성혐오·성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유아교육 기관에서부터 페미니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유아교육계 일부는 보육교사의 덕목이 애교인 양 소개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을 토대로 한 인식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유아교육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꼬망세’가 교사 오리엔테이션(OT) 자료에 왜곡된 성역할을 강요하는 내용을 담아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자료는 ‘아이러브쌤’이라는 교사교육 패키지로, 해당 자료는 ‘교사 OT’ ‘상호작용’ ‘학부모 상담’ ‘인성교육’ ‘안전교육’ 등 5가지 테마별로 구성됐다. 꼬망세 측의 설명에 따르면, 교사 OT 편은 매년 신학기를 맞아 교직원을 교육하는 자료다. ‘나의 꿈’(셀프 힐링) ‘나의 모습’(이미지 메이킹) ‘나의 동료’(팀워크) ‘나의 일’(교사 매뉴얼) 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이중 문제가 된 것은 ‘나의 모습’(이미지 메이킹) 항목이다.

해당 항목이 실린 페이지 중 일부는 보육교사에게 애교를 선보이길 권하고, 보육교사를 위한 화장법이나 신체 관리 방법 등을 소개한다. ‘더 사랑스럽게’를 주제로 한 페이지는 ‘보육교사는 항상 웃는 모습과 과한 칭찬·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해당 자료는 ‘나만의 필살기 애교를 남자친구에게만 보여주지 말고 옆반 쌤에게도 보여주세요’ ‘지치거나 힘들어 다른 쌤의 도움이 필요할 때 애교 섞인 말로 분위기를 업 시켜볼까요?’라며 단계별 애교 방법을 안내한다. △1단계 배시시한 눈웃음: 눈웃음은 가장 쉬운 애교, 웃을 때 헤헤 소리를 더한다면 애교쟁이 △2단계 문장 끝에 ‘ㅇ’ 받침: 그래~쪄용?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용? △3단계 과한 리액션과 칭찬: 원피스 너무 예뻐용! 피부 너무 고와보여용!’ 등이다.

해당 항목에는 개인 피부톤에 맞는 화장법도 소개돼있다. ‘나를 돋보이게 하는 톤’을 주제로 한 페이지에서는  ‘퍼스널 컬러를 찾으면 좀 더 생기 있고 활기차 보이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웜톤은 노란색 베이스, 쿨톤은 파란색 베이스’라고 설명한다.

 

유아교육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꼬망세’가 발간한 교사 교육자료 ‘아이러브쌤’에 실린 내용 중 일부. ⓒSNS 캡처
유아교육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꼬망세’가 발간한 교사 교육자료 ‘아이러브쌤’에 실린 내용 중 일부. ⓒSNS 캡처

자료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보육교사의 머리, 얼굴, 피부, 목, 입, 복부, 가슴, 허벅지, 종아리 등 신체 부위 별 관리 방법까지 소개한다. ‘이제 나도 걸그룹’을 소제목으로 한 자료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져 볼까요?’ ‘매일매일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예뻐지는 습관을 실천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구불구불한 머리를 반 묶음 하고,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은 여성 보육교사 그림을 가운데 놓고 신체 부위 관리법을 적었다. 

해당 페이지에는 △손으로 눌러 수시로 지압하면 탈모 예방 가능(머리) △비강호흡을 하면 작고 갸름한 V라인 얼굴형에 도움(얼굴) △장시간 휴대폰 사용은 발열현상으로 피부 트러블 유발하니 금물!(피부) △입술 주름을 유발하는 빨대는 사용 금지(입) △잠은 정자세로 누워 자며 너무 높지 않은 알맞은 높이의 베개 선택(목) △자신의 가슴둘레와 컵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몸에 딱 맞는 속옷 착용(가슴) △하루 2L의 물을 마셔 몸 안의 수분이 원활하게 순환되고 노폐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할 것(복부)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않고 스트레칭을 자주 하며 절대 다리 꼬지 말 것(허벅지) △따뜻한 물로 족욕·반신욕을 하며 근육 이완시키기(종아리) 등 신체 관리 방법이 나열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 오리엔테이션 자료에는 아이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넣어야지, 교사가 예뻐지는 방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교육 자료를 참고하기 위해 꼬망세에 1년 회원권을 지불하고 있는데, 돈을 내고 구입하는 자료에 그런 내용이 그런 들어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교육 자료에 이처럼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돌봄 노동을 여성의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혜련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아이 돌봄은 남성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며 “‘돌봄은 여성의 일-여성은 노동할 때도 예뻐야 한다’는 (여성혐오적) 시각이 콘텐츠 전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꼬망세 측은 지난 19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아이러브쌤’ 교사 OT편 중 ‘이미지 메이킹’에 일부 왜곡된 이미지와 편향된 시각을 바탕으로 한 표현이 사용돼 불편을 초래한 점 사과드린다. ‘아이러브쌤’에 제기된 의견을 수용·반영해 내용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필자와 협의 후 문제가 된 일부 내용을 보완해 수정된 바인더자료를 개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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