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수상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오른쪽)이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YWCA연합회 제공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오른쪽)이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YWCA연합회 제공

“지금 이 시간에도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이들이 있고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상담소를 지킬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 우리나라 가정과 사회에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저와 상담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YWCA연합회(회장 한영수)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연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이 같이 수상소감을 전했다.

곽 소장은 한국 최초의 가정문제 전문 상담기관이자 민간 법률구조 법인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1973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2000년 제3대 소장으로 취임, 현재까지 법률구조 활동을 통한 여성권익 향상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가부장적 문화와 법적 차별 속에 있던 여성과 소외계층을 위해 가정문제 법률구조에 힘써왔으며, 동성동본금혼 폐지, 호주제 폐지, 가정폭력특별법 제정, 이혼숙려기간 및 이혼 전 상담 제도화와 양육비 이행확보 관련 법 제정 등 가족법 개정운동에 앞장섰다.

곽 소장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사회적인 관습이나 법, 제도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는 인식 속에 평가절화 돼왔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저는 고통 받고 번민하는 소외계층 이웃들의 목소리에 답하기 위해 힘써왔다. 상담소도 여성인권, 성평등, 가족구성원의 복리 등 사회적 약자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해왔다”면서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정과 사회에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그리고 상담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곽 소장의 수상소감 전문이다.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당시 여성 선각자들에 의해 세워진 YWCA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시민단체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창립 100주년 즉 1세기를 맞이하는 역사적인 YWCA에서 다양한 영역의 여성 지도자를 사회에 알림으로써 한국 여성 지도력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제정한 한국여성지도자상을 제가 수상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이희호 선생님을 비롯해 이효재, 박영숙, 장명수, 박동은, 윤정옥 선생님 등 역대 수상자 분들을 돌이켜 보면서 이런 선배님들의 뒤를 이어 수상자가 되었다니 더더욱 뜻 깊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국YWCA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는 민족계몽운동을 중심에 놓고 당시 여성들을 괴롭히던 조혼, 공창제도 폐지와 축첩제 반대 등을 통해 여성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애국정신을 기반으로 물산장려운동에 앞장섰고, 1950~60년대에는 민주적이며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 지도력을 배출해내는 중요한 기지가 됐습니다. 또한 1970년대에는 소외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섰으며 청계천 노동자들을 위한 평화교실을 개설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와 생활조건 향상, 더 나아가 근로여성들의 직업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주력했습니다.

이밖에도 여성 은행원 결혼각서 폐지운동, 여성 조기정년제 폐지운동, 가족개정법 운동에 힘쓰면서 여성의 인권신장에 앞장선 것은 물론 1980년대 후반부터는 경제자립을 위한 캠페인과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운동을 벌였으며 냉전 종식과 새로이 개편되는 세계화의 질서 속에서 통일문제를 중심으로 평화프로그램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 IMF 파동으로 외환위기 사태가 빚어지자 외화 모으기 캠페인,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운동, 실업충격완화 및 창업준비 프로그램, 여성 실업자를 위한 재활용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우리경제살리기 시민운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탈핵, 북한 어린이돕기 운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YWCA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사회 변화의 흐름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구조기관으로 1956년 창설돼 우리 사회 소외계층, 번민하는 이웃들을 위한 법률복지 사업과 법의 생활화, 가족법상 부부평등과 양성평등 그리고 가족구성원 전체의 복리를 위한 가족법개정 운동 및 가족 구성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사업 등에 앞장서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도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이번 수상 소식을 듣고 저는 상담소 창설자이자 저의 스승이신 이태영 선생님께서 생전에, 특히 상담소 초창기에 저희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YWCA를 좀 본받아라”는 말씀입니다. YWCA가 얼마나 모범적으로 세련되게 일들을 해내는지 보고 배우라는 말씀이었습니다. 2016년 가정법률상담소 창립 60주년을 맞아 상담소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늠해 보는 기회로 삼았는데, 이태영 선생님께서 이런 상담소의 모습을 보셨다면 이제 YWCA와는 비교 안 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우리 사회 시민단체의 한 전형과 모범이 되는 YWCA 위상에 대해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여성지도자’를 생각하는 오늘의 이 자리를 빌려 ‘한국의 여성’ ‘여성계’ 등을 생각해봅니다. 학교 졸업 이후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제가 선배, 어른들을 모시고 그 분들에게 보고 배우며 일해 온 시간들이 바로 엊그제인 것 같은데 적지 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새 제가 그 선배들의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저는 제가 배워온 대로 행하였으나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제 후배들의 모습은 제가 후배였던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음을 봅니다. 어찌 보면 저는 여러 면에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조금은 모호하게 끼여 있는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여성주의 이슈도 다양하고 복잡해졌으며 어떠한 사안에 대해 일관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전처럼 여성계라는 우산 아래 선후배가 함께 자리하여 현안들을 해결해가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쉽게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동시에 저와 가정법률상담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제가 몸담아 일하고 있는 상담소에서 저는 사회를 향해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고통 받고 번민하는 소외계층 이웃들의 소리를 들으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 소리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가족법 개정 운동은 물론이고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사업도 해왔으며 대사회활동도 병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상담소는 가족문제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법률상담 소송구조 등의 분명한 목적사업이 있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순위는 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인권, 성평등, 가족구성원의 복리 등 사회적 약자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담소 역시 상담소의 목적사업과 더불어 언제나 적극적으로 함께해왔습니다. 동성동본 금혼제 철폐나 호주제 폐지와 같은 것은 곧 상담소의 목적사업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연대사업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는 연대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효과적인 면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정법률상담소를 찾는 이들이 있고 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상담소를 지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성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정, 사회에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상담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YWCA 임직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