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두 달, 여성신문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 3연속 미투 운동 관련 토론회를 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제언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변화를 제안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의견은 saltnpepa@womennews.co.kr로 부탁드립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미경 한국성폭력 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가 발제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여성신문-국가인권위원회 공동기획

#WeToo - 미투 너머를 논하다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젠더 관점 부족한 언론 보도, 피해자 상처줘”

“피해자 신원 노출 없이도 폭로하도록 도와야”

미투 운동 두 달, 그러나 언론의 관련 보도 행태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언론의 성폭력 보도가 남성중심적·여성혐오적 통념을 벗어나지 못하며,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비판이 높다. 언론 전문가들은 ‘미투’ 보도로 2차 가해를 낳은 언론을 향해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오후 서울YW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홍지아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투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해 발표했다.

 

홍 교수는 “언론이 가해 남성을 일반 남성과 다른 ‘괴물’로 재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이윤택 ‘연희단패거리’ 예술감독 관련 보도 다수가 그랬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때도 많은 언론이 가해자의 조현병력, 불우한 가정사 등에 주목해 그를 ‘괴물’로 묘사했다. 이런 보도 태도는 “성폭력 사건을 ‘특수’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성폭력이 발생하게 한 사회 구조를 드러내고 논의할 기회를 빼앗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홍 교수는 “피해자에게 성폭력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며, 사건 당시 피해자가 가해자와 단 둘이 있었다거나, 술을 마셨다거나 등의 요인에 주목해 보도하는 일을 예로 들었다. 피해자가 가출 청소년이거나 성매매 여성인 경우처럼,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 피해자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미투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피해자 책임론’을 부채질할 수 있다. “‘미투’에 대리운전기사 수입 반토막 …회식자리 감소 탓”(뉴스1, 4월 4일), “20년 만에 첫 전성기 김생민...‘공든탑이 와르르’”(YTN, 4월 2일) 등이 예다.

어둡고 인적 드문 곳에서 발생한 성폭력이 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터처럼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발생하는 범죄, ‘리벤지 포르노’ 등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성폭력 위험은 상대적으로 축소 보도”될 수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홍 교수는 “육하원칙을 따르는 보도를 ‘객관적’ 보도로 여기는 관행도 되짚어보자”고 제안했다. “일반 사건이 아닌 성폭력 보도의 경우 육하원칙을 따르는 데에만 집중하면 가해자의 해명이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젠더 감수성을 지닌 취재원을 만나야 젠더 관점이 깃든 기사가 나온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취재원은 경찰과 검찰이다. 여성 단체나 피해자 지지 그룹은 비전문적이며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배제해왔다. 결국 성폭력 보도에서 여성의 시각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이런 보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젠더 감수성 향상보다 조회수 올리기에 집중하는 관행, 바빠서 공부할 여유도 부족한 언론 환경” 때문이다. 홍 교수는 “한국여성민우회 등 기존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만 제대로 활용해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왼쪽부터)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이보람 인권위 변호사, 손아람 작가가 토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는 4월 5일 서울YWCA회관에서 ‘미투로 연대했다’는 주제로 첫 번째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원인 진단과 정책대안 마련을 위한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왼쪽부터)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박봉정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연구소장,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좌장인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 이보람 인권위 변호사, 손아람 작가가 토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성폭력보도가이드라인 업데이트해 기자들 적극 교육해야”

언론이 피해자를 고스란히 대중에 노출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원을 노출한 경우, 직접 언론사에 제보한 경우 언론이 고스란히 정보를 노출하기보다는 ‘스톱’을 외칠 수도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자기 삶을 걸지 않아도 폭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먼저 피해자에게 폭로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한 뒤에야 보도하는 방안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배 활동가는 “2차 가해 없는 좋은 보도를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라며 “기존 가이드라인을 취합하고, 취재원 접촉 과정과 질문 내용 등에 대한 세부 지침도 추가하자. 의지 있는 언론인들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을 진행하자. 가이드라인에 꾸준히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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