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질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행복의 수준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봄은 왔지만 벌써 며칠 째 뿌연 하늘과 미세먼지로 오늘도 집밖을 나서기가 겁난다. 언제부턴가 눈을 뜨면 오늘의 날씨보다 오늘의 미세먼지 지수부터 살펴보는 것이 익숙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학기 들어 강의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건강이 염려돼 쓰고 있을 테니 벗으라고 하기도 어려워 그냥 둘 수밖에 없지만,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강의를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마스크 없이 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는 것을 학생들이 상상이나 할런지. 며칠 전 지인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더 뿌옇고 흐릿하다는데요’ 라면서 아이들이 ‘청명하고 화창한 봄볕 햇살’이라는 표현을 이해하기나 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하던 말이 귓가를 맴돈다.

 

급기야 지난달 말부터 제기된 재활용품 수거 대란 소식으로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가슴이 묵직하다. 북극의 눈이 하루가 다르게 빨리 녹아내린다는 뉴스를 접하거나 태평양 앞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지구의 환경이 걱정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했지만, 막상 내 집 앞에서 벌어지는 쓰레기 대란의 경험과는 사뭇 다른 일이었으니, 이제야 비로소 우리들이 그동안 무슨 일을 하며 살아온 것인지 반추하게 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옥외 전광판에 미세먼지 행동요령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종로구의 한 옥외 전광판에 미세먼지 행동요령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며 책임에 대한 사실 공방을 벌이지만 과연 중국만의 책임일까. 쓰레기 대란이 중국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해가지 않아서 벌어진 문제라며 원인 규명으로 설왕설래 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 때문만일까. 매일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얼마나 무심히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을 했으며, 또 얼마나 생각 없이 폐기물을 배출했는지 돌아보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환경의 질은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행복의 수준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어떠한 곳에서 살고 있는 지가 우리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영국의 신경제재단은 행복지수를 첫째, 스스로의 생활만족도 평가, 둘째 얼마나 오래 사는가, 셋째, 생태발자국 등의 세 가지가 결정한다고 하고, BBC 인터넷판에서도 행복의 평가기준으로 첫째, 친환경적인 태도, 둘째, 덜 물질적인 생활, 셋째, 삶에 대한 만족도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들이 어떠한 환경에 살고 있는가가 결국 행복한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환경을 어떻게 가꾸고 지켜야 하는지가 삶의 질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예라 할 수 있다. 환경을 중요시하면서 잘 가꾸는 태도가 결국은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리라.

우리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환경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그동안 우리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 왔던가.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비닐을 재활용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는지, 음료를 먹은 페트병이나 캔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에 버리지는 않았는지, 음식물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버리지는 않았는지, 결국 이러한 모든 나의 행동이 지구생태계를 오염시키지는 않았을지. 물론 환경 생태계의 보존이 기업이나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개개인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일이니 개개인 삶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인간이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생태계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야만 할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버렸던 나의 행동들은 반드시 지구생태계를 돌아서 다시 내 식탁 앞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환경적인 행동 뿐 아니라 살아온 삶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는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야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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