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대표

인구절벽 얘기하면서 지방소멸엔 관심 없어

주민의 의사결정권 강화가 지방분권의 핵심

지역 주민의 참여와 권한 늘려 다양성 반영해야

 

우리나라에서 인구절벽은 곧 지방소멸과도 같은 얘기다. 인구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상당수가 포함된다. 2040년도에는 70여 개가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정부가 세운 저출산 대책은 곧 지방 맞춤형 정책이어야 하지만, 10년간 쏟아부은 예산 100조원이 얼마나 각 지역 상황을 반영해 집행했는지 미지수다.

박재율 지방분권연대 공동대표는 “출산정책의 수요자인 각 지역의 여성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낼 수 없고, 다른 정책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단언한다. 중앙의 획일적인 업무 지시와 규제, 무책임한 정책이 지역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과 주민의 자치권, 의사결정권을 제약하고 있으며, 심지어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갈등을 부추겨 발전 역량을 갉아먹어 왔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로 20여년 간 지방분권운동을 해온 박 대표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을 거쳐 지방분권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어 전국을 누비며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절대적 성장은 했는데 불균형 성장, 수도권 중심 성장, 서울 중심의 정치행정복지 제반 사회적 기능이 집중돼있고 이른바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등이 서울에 모두 집중된 1극 중심 국가이고 앞으로 국가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경고한다.

 

세계화시대에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는?

유엔(UN)에서는 이미 1990년대에 지방분권에 관한 국제지침을 만들었다. 세계화와 지방화는 수레의 양바퀴다. 지역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추세의 흐름과 부합하는 국가 운영시스템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유례없이 1극 중심 발전전략을 취해왔다. 중앙정부, 중앙정치권에 자원이 집중된 중앙집권형 국가체제고, 소수 엘리트에 의한 중앙집권적 관료 중심 발전 방식, 개발독재의 흐름에 정치 행정과 맞물려 발전해왔다. 6월 항쟁을 통해 권력기관 간, 입법·사법·행정 간의 견제와 분권은 논의됐지만, 중앙-지방이라는 수직적 분권은 바뀐 게 없다.

지방자치제도를 시행 중인데 지자체의 권한은 어느 정도인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의 문제에 대해 발전전망과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지 못한다. 정부에서 용처를 정한 국고보조금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거둬 사용하는 지방세마저도 이명박 정부가 취득세를 인하 조치했다. 정말 지방자치라면, 지역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할 사안 아닌가. 지방자치가 변질되면서 지자체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따오면 된다는 인식 때문에 인맥을 동원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의 권한 없는 지방자치제도가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불균등을 심화시키고 발전역량을 떨어뜨렸다.

지방분권 개헌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금의 헌법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기 전인 30년 전에 만들어졌다. 130개 조항 중에 지방자치분권 조항은 2개뿐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는 30~40%가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조항으로 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에 있다. 하지만 정부 개헌 자문안의 경우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하겠다는 선언에서 후퇴했다. 지방자치 확대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했다. 심히 유감스럽다. 자치재정의 확충 없이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은 어렵다.

그동안 야권은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북한 연방제’라며 ‘색깔론’으로 덧칠했고, 여당도 주도적으로 지방분권안을 내놓고 야권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야는 정부안보다 대폭 강화된 지방분권 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방분권 운동을 하면서 접했던 반대 주장엔 어떤게 있나.

우리나라는 땅이 작고 인구도 많지 않아 지방분권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토가 좁고 넓은 게 기준이 될 수 없다. 스위스 인구는 900만명에 불과하다. 몇 개 국가를 빼놓고는 대부분 그렇다. 지방정부와 의회에 비리가 많아 권한을 줘선 안 된다고 하는데, 중앙정부는 부패가 덜한가.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됐다. 얼마나 폐해가 큰가. 지자체의 문제는 나의 문제인데 권한이 없다. 지방분권을 통해 주민들의 투표권, 발안제 등 참정제를 강화해서 주민이 감시하고 통제, 결정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여성의 삶에 지방분권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방 중소도시는 젊은 여성 인구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도시로 떠나는 이유는 뭘까. 여성의 삶을 둘러싼 저임금, 안전, 경력단절, 유리천장, 보육 등 모든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시와 농촌이 다르고, 여성들도 노인, 장애, 다문화 등 여성들이라도 보편적 정책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여성 복지·경제활동 등 독자적인 지역맞춤형 규정을 만들고 재정을 가지고 조직도 확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율적으로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중앙정부 인허가사항으로 법률에 명시돼있고 획일적인 정책을 따라야 한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도 확대된다고 보시는지.

주민자치가 핵심이기에 여성의 참여도 활성화된다. 마을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단순히 지방정부와 의회에 권한을 주자는 게 아니라 이들 주민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제도 정치권 내에 여성의 대표성이 낮기 때문에 가령 여성 부시장직을 만들려고 해도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령에 부시장직 인원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행정은 필수이다 보니 여성부시장은 두기 힘들다. 여성정책을 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없다.

분권의 일환으로 비례성 강화도 명시해야 한다. 정치에 다양한 사람, 정당이 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단순다수대표제다. 조직과 돈 선거가 크게 작용하고 있어 여성이 참여하기 힘들다. 1당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되는 지방의회의 문제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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