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 등 참가자들이 흰색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 등 참가자들이 흰색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법률 시스템 개선 위한 비영리법인 준비단체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 사회적 대응 선언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대표로 참여하는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의 단체 ‘전국미투생존자연대’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미투연대는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집중해 사회, 법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피해자 중심의 비영리법인 준비단체다.

단체의 대표는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다. 성균관대학교 재직 당시 동료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2015년 가해자 이 모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했다.

‘미투연대’ 남정숙 대표는 발족 선언문에서 “미투연대는 폭로의 미투를 넘어서 피해자들 스스로 ‘생존의 내일’을 열기위해 모인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 단체”라며, “미투연대는 사회 시스템에 맞서 싸우고,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존엄성이 존중되는 일상적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 대표는 “미투연대는 권력형 성폭력의 증인으로서 증언과 기록 작업을 통해 성별과 권력의 유무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하고,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생계와 생활을 돕고, 근본적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등의 활동 방침을 제시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피해자들에게 절망을 주며, 통상 2차 가해로 나타나는 소위 백래쉬가 성폭력을 없애는데 커다란 난관을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은 미투운동(#Metoo) 지지선언만이 아니라 반성폭력운동의 모범이자 제도개선으로 적극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열린 세미나에서는 3건의 권력형 성폭력 2차피해 사례와 정책제안이 발표됐다.

STX 사례 발표에 나선 실비아(가명) 씨는 “2015년 7월 입사 직후부터 직속상사로부터 일상적인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는데, 2016년 3월, 회사와 산업은행에 성희롱 신고 및 조치를 요구했지만 부서장은 오히려 피해자를 업무배제시키고, 대표이사는 인사위원회 자리에서 ‘할일 없고 배가 불러서 남녀가 감정싸움을 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면 안 당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왜 성희롱을 당했냐?’며 전형적인 2차피해를 가했다”고 증언했다.

아동복지시설 동료 상담사의 ‘아동 그루밍’ 사실을 기관장에게 알리고 조치를 요구한 박경진 씨는 “복지시설 측은 가해 상담사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거부했고, 동료들의 지속적인 왕따와 괴롭힘, 육아휴직 거부 등으로 도저히 버텨낼 수 없어 퇴사했다”고 고발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에서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 성균관대학교 전 교수가 발족선언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미투생존자연대 발족식에서 남정숙 미투연대 대표, 성균관대학교 전 교수가 발족선언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미투연대 지지단체 ‘위드유’ 회원 김기홍 사회복지사는 다수의 학생이 교수로부터 강제추행과 성폭행까지 당한 ‘중앙대’ 사례를 발표했다.

김기홍 복지사는 “어린 학생 여러 명이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고, 이 사건을 보고받은 동료교수들은 가해자를 감싸며 피해자들을 ‘학과 망신’이고, ‘꽃뱀이 돈 받으려고 꾸민 자작 사건’이라며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중앙대 사례는 가해자가 괴물이 되는건 방관자와 동조자들의 책임이 크다”며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함을 밝혔다.

사례 증언에 이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2차 피해 근절을 위한 법제 문제와 시민사회역할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

이수정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영미법과 독일에서는 성폭력의 기본 준거를 ‘상대방의 동의 유무’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진술해야 한다”며 “미투운동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법 개정 뿐만 아니라 상대를 대등한 인격체로 여기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행위는 모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형 소장은 “권력형 성폭력은 ‘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군국주의 조직문화와 불평등한 인간관계가 주요 원인”이라면서 “미투운동은 권력형 폭력과 학대의 피해자인 남성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