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때 시골 이모할머니 댁에서 입양해 온 수컷 요크셔테리 순돌이. 벌써 14살이다. ⓒ김연정
9살 때 시골 이모할머니 댁에서 입양해 온 수컷 요크셔테리 순돌이. 벌써 14살이다. ⓒ김연정

나는 수의대생이다. ‘언제 6년을 다 채워 졸업하나’라는 걱정으로 입학한 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는, 소위 ‘화석’이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반려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부터 거북이, 뱀, 애완 닭, 패럿을 키우는 친구까지 그 폭은 꽤 다양한 편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관찰하고 들어보면서, 그들과 그들의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보다 더 먼저, 나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 우리 집에는 햇수로 14년 된 할아버지 순돌이가 살고 있다. 14년 전, 아무것도 모르던 9살짜리 어린 아이였던 내가 시골에 사시는 이모할머니 댁에서 입양해 온 수컷 요크셔테리다.

요크셔테리어는 매우 활달하고, 생기가 넘친다. 몸무게가 3kg 정도고 몸집은 길이가 30cm가 안 될 정도로 조그맣다. 털은 발 끝까지 내려올 정도로 기를 수 있고, 윤기가 흐르며 털 색깔이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움직이는 보석’이라고도 불렸다. 지루성 피부염에 잘 노출되기 때문에, 린스 등을 이용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요크셔테리어는 활달한 만큼 잘 짖고, 겁도 많아 예민한 편이다. 훈련이 잘 되지 않으면 잘 짖는 강아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집의 순돌이가 바로 그렇다. 짖는 이유는 매번 다르다. 밥을 덜 줘서, 물이 없어서, 간식을 먹고 싶어서, 혼자 있기 싫어서, 침대에 올라오고 싶어서, 침대에서 내려가고 싶어서…. 14년 전의 우리는 ‘강아지는 훈련 시켜야한다’라는 단순한 상식도 없었으며, 나중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백하자면, 험난했던 고3 생활이 끝나고 나서야 그 녀석의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  ‘동물 행동학’이라는 과목을 배웠고, 그 때 다양한 훈련법들을 배웠다. 처음에는 훈련을 하기에 너무 늙지 않았나 싶었지만, 적당한 훈련은 나이에 관계없이 좋다는 말에 그 필요성을 느꼈다.

훈련법에는 다양한 방향이 있었는데, 강아지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향과 주변환경을 고치는 방향 등이 있었다. 순돌이는 산책을 할 때마다 사람이나 차를 보고 짖는 문제점이 있었다. 짖을 때마다 멈추고 줄을 가볍게 당겨 제지함과 동시에 차나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산책을 다님으로써 아주 많이 개선됐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짖는 것은 벨 음량을 최소화 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고칠 수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은 숨겨둔 간식을 찾아 먹을 수 있는 ‘콩장난감’을 이용해 크게 개선시킬 수 있었다. 요즘은 음식을 보고 짖는 것을 고치기 위한 훈련 중이다. 음식 앞에서 앉아서 기다릴 때 보상을 해줌으로써 훈련시키고 있는데,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여러가지 노력을 하다 보니, 순돌이는 어느새 조금은 조용하고 순한 강아지가 돼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고쳐지는 것들도 많아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반려동물의 삶에는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 지 알 수 있었다.

반려동물의 삶을 좋아지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동물의 삶 뿐 아니라 반려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순돌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산책을 나가면서 조금은 부지런해지고, 더 예쁜 말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쌓이면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상호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이 친구가 몇 년을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만큼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오롯이 반려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주인을 만나지 못해 상처가 컸던 유기견이 새롭게 입양된 집에서 치유 받고 다시 건강한 반려견으로 변화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꾸준히 키워온 반려견이라도 내 행동이 변하면 그 아이의 삶 전체가 바뀌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훌륭한 반려인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반성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우리 집 그 녀석에게도 닿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다 보면, 단순한 뿌듯함 이상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것이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영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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