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금은 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우리는 말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말할 것”

지나가던 시민의 따뜻한 캔커피 선물

미투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22일 오전 9시 22분에 시작된 후 600분(10시간)이 지나자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어둠이 깔렸다. 청중들은 촛불을 밝혀 어둠을 물리치고 시민들은 그 앞에서 말하기를 이어나갔다.

친족성폭력 피해자, 아동성폭력 피해자, 교회 신자, 응원하는 남성 등 다양한 이들이 성폭력 경험을 나누고 미투를 지지하기 위해 나섰다.

607분(10시간7분)에 무대에 오른 40대 초반의 여성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고 밝히며 미투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가해자) 한명이 성욕을 이기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렇게 많은 미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회 자체가 차별적 구성원 모두 녹아있기에 ‘여자는 이렇게 대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깔려있어 여성을 성적대상물로 보는 게 남성 여성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젖어 들어있지 않나”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여성)는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게 키워지지 않았고 (나 자신으로) 그렇게 살려는 움직임에 많은 지적을 당했다”면서 “내가 내 목소리를 내려고 할 때 재단당하고 이분법으로 나눠진다. 이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갈라치기 전략을 하는 것”이라며 “김치녀, 성녀 등 카테고리를 나눠서 있어선 안 될 사람을 나눠서 구분해서 재단하고 이상한 여자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투운동으로 고통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우리 기억과 무의식의 상처와 감흥해서 혼란스럽고 화나고 잠을 자지 못한다. 또 통쾌하기도 하지만 무력감도 느끼게 된다”면서 “모든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정상이고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한 30대 남성은 “함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고은 시인에 이어 인기 연예인들, 종교계, 학계, 정치권까지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가 성폭력과 성추행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들은 미투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멈춰서도 안된다. 촛불혁명으로 공감과 연대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봤다. 미투운동으로 평등한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락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신자라 밝힌 여성은 김기동 목사의 성폭력과 피해자들의 2차 피해의 심각성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어릴 때부터 김목사를 존경해왔기 때문에 엑스파일(소문)을 믿지 않았다며 “저는 여성이지만 가해자 입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가 방송에서 증언을 해 신상정보가 노출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가 (피해사실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했음에도 김기동을 신처럼 떠받드는 옹호자들이 악의적인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막기 위해 방송에 제보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넣는 것 외에 피해자를 더 도울 수 없어 죄송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사회자는 “한 천주교 신자가 미투 이야기를 하면서 구호로 ‘미투 아멘’이라고 했다”면서 힘을 보탰다.

또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20대라고 밝힌 여성은 동료들과 선후배들, 감독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듣고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간이 아니니까, 그렇게 심각한게 아니니까 말해도 될까, 자기검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말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말할 거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여성, 장애인, 소수자,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경시하는 사법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중간 중간에는 사회자가 청중들과 함께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는 구호를 외쳤다.

 

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2018분의 이어말하기’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 청계광장에 어둠이 내리자 불을 밝히고 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43분(10시간 43분)에 무대에 오른 20대 여성은 “퇴근길에 이런 발언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옷 예쁘게 입고 화장 고치고 올까 생각했지만 어떤 모습이든 아름답다”고 말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곧이어 자신을 “친족 성폭력 생존자”라고 밝히면서 가해자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원에 가기 싫어 자는 척하고 있던 자신에게 오빠가 몸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움직일 수 없어 자는 척하던 그 때 저는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 이후 계속해서 가해를 당했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너를 처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면서 “모든 성폭력 피해자와 생존자와 연대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672분(11시간12분), 사회자는 “이어말하기를 지켜보던 시민이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는 뜻으로 따뜻한 커피를 주고 가셨다”면서 캔커피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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