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의미·내가 원하는 사회는?

22-23일 ‘2018분 이어말하기’ 현장서

시민들 목소리 들어보니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의 말은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한국 사회는 변화의 길목에 섰습니다. 지금 한국 시민들에게 미투 운동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시민들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가길 바랄까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8분 이어말하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시아(24·대학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시아(24·대학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시아(24·대학생)

“미투 운동은 썩은 세상을 파괴하는 망치질입니다.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 보상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은 성폭력을 은폐해왔던 세계를 부수고 왜곡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더 이상 누군가 상대방에게 성을 매개로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묵과하지 않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입니다.”

 

안지수(21·대학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안지수(21·대학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안지수(21·대학생)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는 세상을 원합니다. 왜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외모 평가를 당하고, ‘정치공작이다’ ‘꽃뱀이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요? 피해자들이 평가·재단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모드(28)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모드(28)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모드(28)

“나에게 미투 운동은 계속 살아있겠다는 의지입니다. 피해자들을 낙인찍는 불쌍하고 안쓰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운동하고 투쟁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재승(26·찍는페미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재승(26·찍는페미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재승(26·찍는페미 활동가)

여성 영화인이 지금의 10배가 되는 세상을 원합니다. 영화계 내 여성 비율은 33%에 불과합니다. 영화과를 졸업한 여성은 학과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취업까지 연계가 안 돼요. 간혹 연출, 스크립트 등의 자리가 있지만 이마저도 여성을 뽑지 않기 때문입니다. 끌어줄 여성 선배조차 없죠. 여성 영화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안지영(23·평화를만드는여성회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안지영(23·평화를만드는여성회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안지영(23·평화를만드는여성회 활동가)

“미투 운동은 권력에 맞서는 혁명입니다. 여성들이 여태까지 당해왔던 억압에 대응하는 거대한 혁명이죠. 이 혁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인권=여성인권’인 세상을 원합니다. 꼭 ‘여성’ 인권을 외치지 않더라도 여성이 인간답게 살 권리와 자유가 당연히 지켜지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이예찬(23)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예찬(23)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예찬(23)

“저에게 미투 운동은 무지함의 발견입니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미투’ 얘기는) 저에게 매우 충격이었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에게는 그게 놀라운 게 아니라 굉장히 빈번한 일이었다는 걸 여러 사례를 들으며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제가 많이 오해하고 있었고,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연행(44·서울YWCA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조연행(44·서울YWCA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조연행(44·서울YWCA 활동가)

가해자가 강력 처벌을 받는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나라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폭력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고요. 범죄자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황경희(30·서울YWCA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황경희(30·서울YWCA 활동가)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황경희(30·서울YWCA 활동가)

“미투 운동은 일상적 성폭력 문화를 갈아엎을 혁명입니다. 성폭력 행위가 실제로 얼마나 폭력적인지 우리 사회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 공감하고 있고, 많은 여성들이 ‘나도 고발하겠다’는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그간 사소한 것으로 취급받아온 것들이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인지한다면 사회가 좋은 쪽으로 바뀌어가지 않을까요. 미투 운동을 통해 그러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사라(29·대학원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사라(29·대학원생)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사라(29·대학원생)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 있던 암세포를 뿌리 뽑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체부터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며 무시하는 것 모두 치료해야 할 암 덩어리예요.”

 

김지영(가명·37)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지영(가명·37)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지영(가명·37)

여성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원해요. 사실 전 남자친구에게 폭력과 폭언을 당해 글을 써 붙이려고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두 번째 폭력을 당했을 때 이러다 정말 위험하겠다 싶어 도망치듯이 헤어지고 연락을 끊었어요. 당시 친한 친구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친구는 ‘잊어버려라’ ‘똥 밟은 셈 쳐라’ ‘너만 손해다’라는 말만 하더라고요. 경찰서 앞까지 갔지만 용기를 못 내고 돌아왔어요. 그때 좀 더 용기를 내 그 사람에게 제 의지를 전했다면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고 매일 생각해요.”

 

도토리(가명·37)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도토리(가명·37)씨가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도토리(가명·37)

“제게 미투 운동은 생명수입니다. 목이 너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살 것 같잖아요. 갈급했던 상황에서 미투 운동을 보며 저도 이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희망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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