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장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출석해 ‘진땀’
정현백 장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출석해 ‘진땀’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3.19 14:54
  • 수정 2018-03-21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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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포괄적 차별금지법, 강간죄,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재·개정 촉구

피해자에 책임 전가하는 언론 비판

한국당, 정 장관의 소극적 태도 질타

“사퇴할 각오로 대처하라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미투(Metoo)운동이 5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국회에서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대응과 예방대책, 법·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또 한 달 전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이하 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을 정 장관만의 문제로 삼는 등 한계도 드러냈다.

이날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에는 정 장관이 참석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과 관련해 여성가족위 위원들에게 현안보고를 했다.

특히 여성차별철폐위와 관련해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사무관급 공무원이 회의에 참석한 문제를 지적하고, 10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성차별철폐위가 권고한 강간죄 성립 기준을 국내법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정 장관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상황에 대해서는 여가부 장관이 직접 청와대, 국무회의에 건의해서 법체계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총리에게 건의하고 제안했느냐”고 질타했다.

박경미 의원(민주)도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과 판례를 보면 죽도록 반항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면서 “용기 내서 신고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재판에 가도 성폭력 판결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법 개정 노력을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민주)도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권고안에 상당히 귀를 기울여야 할 내용이 많다”면서 “정부도 법안 발의의 주체”라고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했다.

미투를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권미혁 의원은 여야 간사간 합의해서 이효성 방통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참석시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금태섭 의원(민주)은 언론의 잘못된 보도유형으로 △피해사실에 대한 선정적·구체적 묘사 △피해자·폭로자의 신상정보 부각 △피해자에게 책임전가하고 부담주기 △가해자 측에 온정적 시선 보내기 △부적절한 용어 사용으로 범죄의식 심각성 희석 △정치적 목적 위한 성폭력 사건 활용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재정 의원(민주)도 “언론이 선정적 보도가 미투에 장애가 된다”면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겠다고 했는데, 관계부처 논의를 통한 적극적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논의 중이고, 기자협회와 간담회를 했으며,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4월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정춘숙 의원(민주)은 권력형 성범죄에서 벗어난 유형의 성범죄에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주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전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성가족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온라인 조사’에서 성폭력은 누락되고 조사 항목과 방법도 부실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또 “성인지 감수성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리스트 제작이 시급하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정 장관은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종필 의원(한국)은 직장 내 성범죄 등 지인에 의한 성범죄가 늘고 있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정식 사건으로 처리하기 꺼릴 경우에 해바라기센터 등 기관에서 가해자에게 경고하는 조치를 마련해 더 큰 성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는 데 집중했다. 미투 운동의 심각성에 비해 주부무처 장관의 답변이 무성의하다거나,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몰아세웠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 법개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정 장관이 “개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말하자 이양수 의원(한국)은 “법무부가 반대하면 어렵지 않나.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대통령을 만나서 이슈화 하던지 대책이 있을 것 아닌가”라며 방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항상 개선하겠다고 말하시면서 아무것도 해결은 안 되고 행사 참석하다가 국회에 와서 바람막이 역할 정도 하고 (임기 후) 그만두시는 건데, 중요한 문제에는 전쟁을 치르겠다는 생각으로 각오를 여기서 보여주셔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인숙 의원(한국)은 정 장관에게 “장관직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듯하다. 답변을 듣다 보니 국무조정실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싸워서 예산을 얻고 사람을 얻고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을 할지 모르지만 장관직을 걸고 성취하겠다고 하셔야 한다. 강간죄 법 하나 고치겠다고 하면 여성들이 박수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이자 의원(한국)도 “장관이 사퇴하면 유능한 다른 누군가 와서 여가부를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을 텐데 여가부가 도태된 느낌”이라고 말하고, 송희경 의원도 “사퇴를 각오하고 건의하고 법적,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건의하고 안 되면 ‘내가 책임지겠다’하고 들고 일어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인순 여성가족위원장은 “현재 여성가족부가 가진 여러 기능과 역할 상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 “성폭력 근절 범정부추진협의회 위원장으로서 논의된 내용은 바로 시행될 수 있게 총리훈령으로 제정하도록 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회의 정회 시간에 민주당 측 관계자는 “정말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 야당이 여성가족부 장관만을 몰아붙일 게 아니다”라며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협력을 요청해야 진정성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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