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최대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화려한 완성을 이룩한 월트 디즈니가 추구했던 것은 그저 즐거운 유원지가 아니었다. 그는 전기작가 보브 토머스에게 말했었다. 어느 일요일 아무런 지향도 없이 그저 젊은이들을 위한 탈것과 놀이도구와 먹을 것이 놓인 유원지 벤치에 가 앉았다가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곳, 그리고 무엇인가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왜 없는가”.

이로부터 그가 도전한 것은 가족과 함께만이 아니라 감동적인 환대, 감동에의 참여였다. 완벽한 뜻밖의 장면, 음향, 미각, 냄새와 질감을 만들고 그 안에 찾아온 사람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설 수 있게 하는 체험. 이것이 디즈니의 열쇠였다. 이제 디즈니는 새 기술들의 환상게임을 추가하고 있다. 동시음향, 컬러 화면, 3차원 배경, 스테레오 사운드들을 거쳐, 인터랙티브 게임, 3D영화, 가상현실과 같은 새 체험의 장르가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 성공은 90년대 들어서 모든 서비스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테마 레스토랑과 같은, 식품을 무대장치처럼 구성하는 이터테인먼트(Eeatertainment·식도락)산업이나, 상품보다 더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벤트를 곁들인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쇼핑오락)센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심지어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감동을 추구하는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시카고 스탠더드 파킹에서는 오하라 공항의 각 층에 있는 주차장마다 각기 다른 테마 음악을 틀어 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제 당신은 주차한 장소를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브리스톨 스페셜티 푸즈 마켓에 대해 <스토어즈>라는 전문지는 ‘마치 영화관처럼 음악, 라이브오락, 이국적인 무대, 무료 다과, 비디오가 설치된 원형극장, 유명 스타들과 관객이 어우러진 곳’이라고 묘사한다. 오하이오에 있는 웨스트포인트 마켓은 대담하게 화장실에다 오리지널 예술품을 걸어 놓았다. 그리고 고전음악만 고집스럽게 튼다. 처음에는 의외성에 놀라고 그 다음에는 감동을 받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것이 오늘의 새로운 경쟁이다. 왜 이렇게 뜻밖의 환대에 나서게 되었는가를 딱부러지게 설명할 사람은 아직 나서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있긴 하다. 인터넷은 전통적인 구매와 판매에서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은 탁월한 능력으로 온갖 자료에 대한 즉각적 가격 비교까지를 거쳐 상품을 사게 한다. 비용과 시간의 절감까지 보태준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고객이 꼭 속도에서만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상품은 그 방법으로 사는 것에 통의하지만, 어느 시간엔가 직접 다리가 아플 정도로 고르고, 이것 저것 보고 만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터치와 필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내 피부와 감성으로 느끼는 새로운 서비스시장의 의미심장한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산업과 시장에는 이것이 없다. 이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않는 것같다. 일류 백화점도 인테리어에는 돈을 좀 들였지만, 그 나머지 서비스는 구멍가게와 다를 게 없다. 그러니 모든 교통기관, 모든 음식점들은 따질 것도 없고 어떤 제품의 직매점에서도 감동의 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어느 평론가가 ‘우리 정치의 문제는 감동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산업과 제품에 감동이 없는 것은, 정치에 그것이 없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이것이 질적 경쟁을 뛰어 넘는 새로운 경쟁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감동의 경쟁력이 바로 문화와 그 세기의 경쟁력이다.

<지역문화의해 추진위원장. 한국문화복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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