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근현대사 여성들이 새로 쓴다
한일 근현대사 여성들이 새로 쓴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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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정책은 일본과 조선 여성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조선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갈 때 일본 여성들은 무엇을 했나. 일본의 패전, 한국전쟁, 남북분단과 경제성장 기간 동안 양국 여성의 삶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왔을까.

한일 양국 여성들이 평화와 인권을 위한 공동 역사교재를 만들기 위해 지난 5일 첫 공개 심포지엄을 가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병설 ‘전쟁과 여성인권센터’(소장 김윤옥)와 일본 ‘여성·전쟁·인권 학회’(대표 시미즈 기요코)는 이날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두 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열어 공동 역사교재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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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근현대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공동 역사교재 집필을 위한 첫 모임이 지난 5일 열렸다. 사진은 지난 6월에 있었던 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세계행동의 날 행사. <사진·민원기 기자>

공동 역사교재 편찬은 올해 초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여성·전쟁·인권 학회의 스즈키 유우코 씨가 제안해 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양국 근현대사를 여성의 관점과 삶이란 측면에서 새로 쓸 계획이다. 스즈키 유우코 씨는 “양국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역사 정리가 안 돼 있다”며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까지를 여성의 시각으로 읽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교재 공동편찬 여성 시각으로 재해석

단순 역사나열 아닌 역동적 변화과정 담아

공동 교재는 단순히 한일의 역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 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변화한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게다가 기존 역사를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야 하는 만큼 방대한 작업이 될 전망이다.

양국은 앞으로 3년 동안 고등학생 수준을 대상으로 하는 교재를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본축으로 설정하고 식민지 시대 공창제, 빈곤화 정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만화, 영화 등 시청각 자료를 많이 사용할 방침이다. 또 학자 이외에도 대학원생,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5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스즈키 유우코 씨는 일본의 천황을 정점으로 한 정치사상과 근현대 여성사 연구를 분석, 비판하면서 ‘일본 천황은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즈키 유우코 씨는 근현대 일본 페미니즘의 주류가 일제 시대에는 남성과 동등한 ‘천황의 신민’이 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쟁에 협력한 ‘제국의 페미니즘’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후 이들은 침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시 여성을 전쟁의 피해자이자 모성을 가진 평화의 수호자로 그리면서 역사를 왜곡했다. 스즈키 유우코는 이같은 인식에 아시아와의 관계가 아닌 일본 위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일국사’적 시점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즈키 유우코 씨는 이와 함께 “천황제에 대한 책임 추궁의 부재가 역사 왜곡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후 일본에서는 ‘천황은 군부에 이용당한 사람’이라는 신화가 퍼져나갔으며 이는 전후에도 ‘신권천황제’가 ‘상징천황제’로 살아남도록 하는 구실을 했다. 그는 “천황제가 저지른 여성억압의 역사를 파헤치고 더불어 천황제를 옹호했던 일본 페미니즘의 유산을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전쟁·인권학회 오오코시 아이코 씨는 “1995년 전후부터 일본에서는 전쟁책임 논의가 일기 시작했으나 포스트 페미니즘에서는 기존 범주의 해체를 주장하며 가해·피해 관계마저 부정하려 한다”며 여전히 침략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모임에서는 양국의 관점을 합의하고 개략적인 그림만 그린 상태이다. 이들은 앞으로 참여자를 늘리고 교재의 방향과 대략적인 항목을 논의한 후 내년 3월 말 비공개 회의를 통해 집필자를 선정, 기본계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6월 중순 오사카에서 제2회 공개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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