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락한 매춘여성 아닌 성매매 노동자
우리는 타락한 매춘여성 아닌 성매매 노동자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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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대만의 한 여성이 자살을 기도했다. 자살하기 전까지 3명의 자녀를 부양할 수 있었던 그녀의 생계수단은 성매매였다. 현재는 총통이 된 당시 쳰수이벤 타이페이 시장의 성매매 불법화에 항의하며 목숨마저 내놓아야 했던 절박함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대만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 한 사람의 수입에 기대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이 평균 10명이었으니 이는 다름 아닌 생존권 투쟁이었던 셈이다.



이 사건은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1998년 인도, 스웨덴, 멕시코 등 13개국 성매매 여성과 활동가들이 모여 ‘성매매 노동권을 위한 세계 행동 포럼’을 개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1997년 11월 인도 캘커타에서 열린 ‘제1차 전국 성매매 노동자회의’에서는 자신들을 ‘타락한 매춘 여성이 아닌…성매매 노동자(sex workers)로 자각하고 규정한다’는 성매매 노동자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성매매 여성들 주변부서 ‘주체로서 말하기’ 시작

인권 내세우며 자신들의 요구 공식화 큰 의미




이 두 가지 사례는 1990년대 이후 성매매 관련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 성매매는 경기를 타지 않는 최대 향락산업으로 성장한 지 오래다. 그러나 여성의 주변화와 빈곤화가 극대화될수록 성매매로의 비자발적, 폭력적 유입이 확대되고 노예적 삶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에서 남편의 정리해고 등으로 인해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주부들이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고 있다는 기사를 떠올려본다면 경제적 상황과 성매매 시장과의 관련성에 대해 구구한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값싼 노동력과 투자처를 찾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자본의 비교우위론이 무엇보다도 먼저 여성의 성을 그 리스트에 올렸다는 점이다. 국제이주기구(IOM)가 1999년에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해에만 약 20∼25만 명의 동남아시아 여성과 아동이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다.



태국 성산업에 팔려온 여성들 중 다수가 캄보디아와 미얀마 정글 출신이라면 태국 여성들은 좀더 발전한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혹은 서구 선진국의 홍등가로 팔려 가는 식이다. 특히 이들 중 3분의 1은 국제적인 인신매매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중개인과 포주의 착취속에서 변변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는 이제 마약이나 무기사업과 맞먹는 수익성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변모했으며 여기에서 국가는 여전히 방조자 내지는 공모자 심지어 적극적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화된’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 이미 많은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단체가 성매매 자체를 뿌리뽑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우리의 논의 역시 탈매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앞서 인용한 사례가 다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위의 두 사례는 가부장제의 의도적 이분법 하에 ‘창녀’로 분류되고 여성들 내부에서도 소외됐던 성매매 여성들이 ‘주체로서의 말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매매는 세계화의 가장 주변부인 만큼 주변으로부터의 저항이 절실한 때에 그녀들이 인권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요구를 공식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녀들의 생각과 행동이야말로 성매매 관련 논쟁과 근절 운동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PICIS) 세계화 반대 제3세계 여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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