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번 북미 비밀 회담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펜스 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메세지를 평창올림픽 개회식(9일) 2주전 쯤 CIA을 통해 전달받았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고위급 회의에서 북·미 회동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도중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과 전화로 통화했고 회의 전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날은 지난 1월 4일이며, 이때 양국 정상은 키리졸브 훈련 등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하려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문 대통령이 평창을 무대로 '큰 그림'을 극비리에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한국 정부는 기민하게 북측과 접촉하면서 북미 간 회담을 위한 사전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남· 북· 미 조율 과정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주도적으로 움직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에 북한은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나왔으며 평창 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에 파견할 미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내겠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의 격에 맞는 최고위급 인사가 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청와대는 김여정 또는 북한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남을 요청했던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2월4일 김영남, 7일엔 김여정의 방남 사실을 잇달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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