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올림픽 페스티벌파크에서 진행 중인 ‘여성체육, 평화의 새 지평을 열다’ 순회전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강원도 평창 올림픽 페스티벌파크에서 진행 중인 ‘여성체육, 평화의 새 지평을 열다’ 순회전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올림픽 속 여성의 목소리·성취, 더 크게 널리 전해야

여성·혼성 종목 최다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고참과 최연소 선수가 모두 여성인 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 144명 중 여성이 약 47%(68명)인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초로 스포츠 분야 성평등 확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해에 열린 올림픽. 평창올림픽이 ‘성평등 올림픽’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기대는 높지만, 실제론 어떨까. 여성들의 활약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미디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도 일부 스타 선수들의 이름만 언론에 오르내릴 뿐, 나머지 여성들은 이름조차 찾기 어렵다.  

 

평창올림픽 관련 보도 중엔 여전히 여성성을 강조한 보도가 더 눈에 띈다.여성들의 활약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보도는 남성에 비하면 늘 적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평창올림픽 관련 보도 중엔 여전히 여성성을 강조한 보도가 더 눈에 띈다.여성들의 활약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보도는 남성에 비하면 늘 적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쏟아지는 올림픽 보도 속에선 ‘신·구 미녀 스키스타 대결’ ‘여제 대 요정’ ‘미녀들의 혈투’ ‘○○○ 해설 몸매 비결’ 같은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한국 언론의 낮은 젠더 감수성은 새롭지 않다. 2012 런던 올림픽 기간 여성 선수 관련 보도 비율은 26.7%에 그쳤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여성 스포츠관련 언론보도 분석연구). 2016 리우올림픽 때도 ‘미녀궁사’ ‘여신’ 등 외모 품평에, ‘태극낭자’, ‘국민 여동생’처럼 여성성을 강조한 보도가 쏟아졌다. 기보배, 손연재, 김연경 등 일부 스타들만이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비인기 종목 여성 선수들은 대개 관심 밖이었다. 

2013년 여성 스포츠 관련 보도 분석 연구를 이끈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동등한 능력을 갖춰도 미디어에 여성 스포츠인이 등장하는 비율은 절대적으로 적다. 선수의 능력보다 ‘여성성’에 중점을 두고 보도하는 행태도 만연하다. 조금씩 개선되곤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라는 근대 스포츠 담론에서 여성은 자주 소외됐다.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스포츠가 ‘진짜 스포츠’고,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에 근접한 선수’ 정도로 묘사됐다. 여성의 재능과 업적을 폄훼하는 서사다.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원장은 “역사적으로 스포츠는 금녀의 영역이었다. 관련 담론을 만들어내는 이들 가운데 여성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여성 스포츠 기자, 스포츠 관련 기관·단체의 여성 지도자는 소수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이를 전복하려는 시도도 적었다. 스포츠 분야의 남성중심적·집단주의적 전통과 문화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온 거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국 스포츠계의 보수적·폐쇄적 분위기 하에선 애초에 여성 스포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번 평창올림픽 관련 보도에서 여성의 활약과 이야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그 증표”라고 말했다. 또 “문화와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제는 한국 스포츠도 민주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몇몇 젊은 선수들이 용기를 내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힘들어도 부딪히면서 이 틀을 깨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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