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여성들의 열정으로 빛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이자 여성·혼성 종목 최다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고참과 최연소 선수가 모두 여성인 올림픽이다. 김연아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 영웅들, 평창올림픽을 문화·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자 힘을 쏟은 여성들도 올림픽의 열기를 달군 주역이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여성 성화봉송 주자들, 의상 디자이너, 무용수, 올림픽 교육콘텐츠 제작자, 자원봉사자 등의 활약이 없었다면 지금의 평창올림픽도 없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올림픽을 빛낸 여성들을 기록하고 기억한다. 

 

국가대표 144명 중 올림픽에 4회 이상 출전한 선수는 단 4명뿐이며, 3명이 여성이다. (왼쪽부터) 스피드 스케이팅 노선영 선수와 이상화 선수,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선수.
국가대표 144명 중 올림픽에 4회 이상 출전한 선수는 단 4명뿐이며, 3명이 여성이다. (왼쪽부터) 스피드 스케이팅 노선영 선수와 이상화 선수,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선수.

국가대표 최고참·최연소 모두 여성

평창올림픽 참가 선수단의 규모는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크다. 총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여성이 1212명, 남성이 1708명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15개 세부종목에 144명이 출전해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여성이 68명, 한국 국가대표팀의 약 47%다. 종목별로는 빙상 16명(스피드스케이팅 7명, 쇼트트랙 5명, 피겨스케이팅 4명), 설상 14명(알파인스키 4명, 크로스컨트리 2명, 프리스타일스키 2명, 스키점프 1명, 스노보드 4명), 아이스하키 23명, 봅슬레이 2명, 스켈레톤 1명, 컬링 5명, 바이애슬론 5명, 루지 2명이다. 

국가대표 144명 중 올림픽에 4회 이상 출전한 선수는 단 4명뿐이며, 3명이 여성이다.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부터 5회 연속 출전한 ‘크로스컨트리 전설’ 이채원 선수, 2006 토리노 올림픽부터 4회 연속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의 노선영 선수와 이상화 선수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발탁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약 20년간 올림픽 무대에 선 스포츠 영웅들이다.

 

지난해 2월 26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km 매스스타트 경기 중인 이채원 선수. 그는 이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2월 26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km 매스스타트 경기 중인 이채원 선수. 그는 이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 국가대표 최고참은 올해 다섯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 이채원(37)이다. 1994년 중학생 때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해 1997년 국가대표가 됐고,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으로 올림픽에 데뷔했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스키애슬론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월드컵 최고 순위인 12위를 기록했다. 전국 동계체전에서 수확한 금메달만 63개(MVP 3회)다. 운동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2012년 엄마가 된 이채원은 “딸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 무대에 섰다. 평창올림픽에선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 경기 결과 46분 44초5(57위)로, 여자 10㎞ 프리 결과 28분 37초5(5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7일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싱글 1그룹에서 김하늘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월7일 제72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대회 겸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싱글 1그룹에서 김하늘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최연소 국가대표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출전한 김하늘(16) 선수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중학생으로, 올림픽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음에도 선배들을 제치고 출전권을 따냈다. 2017 필라델피아 트로피 챌린저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해 피겨 종합선수권 8위에 올랐다. 김하늘은 실수 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선수로 이름났다. 머리와 어깨를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며 회전하는 ‘레이백 스핀’이 그의 장기다. 키 149㎝로 피겨에선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단신이지만, “키가 작아서 불리한 점도 있으나 사람들이 더 주목하고 기억해주는 점도 있다”며 웃는 선수다. 김하늘은 21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4.33점을 받았고, 23일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1.38점을 받아 총점 175.71점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지난 20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결승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이 시상대에 올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올림픽 기대주들은 역시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줬다. 올해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최민정 선수는 지난 17일 열린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얻었다.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불리는 그는 이날 레이스 막판 폭발적인 질주로 다른 선수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2분24초948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일 계주 30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심석희, 최민정, 김아랑 김예진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은 4분07초38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보름 선수는 24일 매스스타트 여자 결승에서 8분32초9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빙속 전설’ 이상화 선수는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7.33초 기록으로 은메달을 얻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또 메달을 따냈다.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다.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차지한 아시아 선수는 이상화뿐이다.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본인은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여자컬링대표팀은 여러
 강팀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하면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팀으로 떠올랐다. ⓒ뉴시스·여성신문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여자컬링대표팀은 여러 강팀을 상대로 잇따라 승리하면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팀으로 떠올랐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해 환호와 박수를 받은 선수들도 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여자컬링대표팀(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은 21일 기준 캐나다(세계랭킹 1위), 스위스(2위), 영국(4위), 스웨덴(5위), OAR(3위), 일본(6위)를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취미로 컬링을 시작해 첫 올림픽 무대에 선 ‘팀 킴(Team Kim)’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강팀이다. 

‘올림픽 4연속 진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은 이번 대회에서 시즌 베스트를 넘진 못했으나 큰 감동을 전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공식 인터뷰에서 “항상 성실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해왔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프리스타일스키 에어리얼 김경은 선수, 여자 스키점프 박규림 선수는 해당 종목 ‘한국 최초 여자 국가대표’다. 프리스타일스키 슬로프스타일 여자 국가대표 이미현 선수는 이 종목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199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2015년 특별 귀화를 통해 국적을 회복하고 첫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는 “제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 이번 올림픽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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