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녹색당
녹색당 ⓒ녹색당

지방선거 준비하는 녹색당·민중당·우리미래당

·민 출마자 중 여성이 절반 이상

녹색당 20~30대 청년 여성 주축 “미래 위해”

민중당 평범한 엄마들 “내지역 바꾸겠다”

신지예 서울시장·강진희 울산 북구청장 후보 등

청년정당 우리미래당 창당 1년 만에 선거 도전 

“강남역 사건·촛불집회 통해 정치주체 의식”

다가오는 6·13지방선거에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난 가운데 특히 소수 정당에서의 움직임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녹색당, 민중당에서 현재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 가운데 여성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권에 새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출마를 희망하는 여성들은 특히 기존의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20대부터 40대 초중반까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 ‘청년’, ‘엄마’, ‘비혼’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자기 문제를 다른 정치인을 뽑아서 대리 정치를 하거나 해결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녹색당의 경우 여성청년 정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서울시, 제주도 등 광역자치단체장에 잇따라 여성청년 후보가 확정됐다.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여성들도 전국 곳곳에 20여명 정도 되고, 광역의원의 비례대표는 17개 시·도 전지역에 한명씩 후보를 등록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20~30대라는 점이다.

현실 정치에서 녹색당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근거도 있다. 지난 2011년 창당해 5년 만에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외 정당임에도 정당득표율이 정의당 다음으로 높았고, 서울과 제주에서는 1%를 넘기면서 약진했기 때문이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선거 후보 ⓒ녹색당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선거 후보 ⓒ녹색당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신지예 후보의 경우 올해 1990년생으로 만 27살 여성이다.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단독 출마해 당원투표 결과 95%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후보로 확정됐다.

“낙태죄 폐지에 관심이 많다”는 신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서울시 관할 보건소에서 임신중절을 한 여성들, 고민 중인 여성들을 위한 심리·건강 상담을 지원하고 관내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포함한 성평등적인 성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미흡했다.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기고 여론을 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청년이 정치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꼭 당사자가 아니라도 잘 들어주고 대변해주는 정치인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지금까지의 정치인들이 그러지 못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대리인들을 이때까지 숱하게 봐왔다. 개인이 바꿀 수 있는 의지의 문제도 아니다. 일례로 부동산 문제 등에서 강력한 정책을 하지 않는 것은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역시 여성이 아니니 얼마나 절실한지 모른다. 성소수자 문제 역시 곁에 보수기독교 권력이 옆에 있기 때문에 그들에 더 공감하는 거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강남역 살해사건을 꼽았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 현상이 드러났지만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혐오 발언이 늘었다. 성폭력 문제 역시 검찰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양산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을, 남성을 해결주체로 세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당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여성들은 모두 활동해온 당원들이다. 거대 정당에서는 남성 기득권 정치인들이 스펙좋고 언변좋고 외모가 출중한 여성들을 후보로 영입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정치하려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면서 역량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청년정당인 우리미래당은 서울시장 후보와 지역구 기초의원 1명, 비례 광역의원을 전국에 한명씩 출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3월 창당1주년을 맞는 신생 정당인데다 당원의 연령에 제한도 있는만큼 의미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

우리미래당 소속으로 서울시 도봉구에 기초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인 김소희(33) 씨는 “청년들이 직업 등 포기해야 할 것이 많고 선거 비용도 문제인데다, 여성은 결혼, 육아 등으로 장벽이 더 높은 게 사실”이라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성평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소수자 중에 청년과 함께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는 집단이 ‘엄마’들이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먹거리를 걱정하는 엄마 등의 ‘느슨한 모임’이 지역을 기반으로 늘어났고, 일부 모임은 가시화되기도 했다. 정당 형태로는 지난해 10월 창당한 민중당 내에 ‘여성엄마민중당’이라는 독립적인 조직이 정치 세력화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엄마민중당 ⓒ민중당
여성엄마민중당 ⓒ민중당

민중당은 현재 여성 기초의원 당선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후보자 선출 1차 선거를 통해 115명이 선출됐고, 그중 55명이 여성이다. 지역구 또는 비례의 구분없이 출마할 의사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30~4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업주부도 있고, 미혼의 평범한 직장인들도 있다.

이화수 여성엄마민중당 공동대표는 “예전에는 진보정당이라 해도 30% 할당 규정을 지키기 어려워 당내에서 토론을 많이 했고, 20%로 결정하기도 했다”면서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민중당은 소속 국회의원이 1명뿐인 이름만 ‘원내’ 정당이지만 출마자들이 거는 기대감은 거대정당보다 더 크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의 거대 정당들이 여성의 어려움을 해결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 당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권한이 별로 없다. 그에 비해 진보정당은 당의 요구나 결정보다 본인이 원하는 의제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민중당 강진희 기초의원은 당세가 강한 울산 광역시 북구의 구청장 후보로 출마한다. ⓒ민중당
민중당 강진희 기초의원은 당세가 강한 울산 광역시 북구의 구청장 후보로 출마한다. ⓒ민중당

단체장 선거에도 여성 후보를 민중당의 강세 지역에 내세운다. 당 소속인 윤종오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이자 구청장을 지낸 울산 북구에 강진희 울산 북구의회 부의장의 공천이 확정됐다.

강 후보는 울산여성회, 울산 동구 가정폭력상담소 등에서 인권 활동을 하다가 기초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울산 북구의 일자리를 미래산업에 걸맞게 준비하는 동시에, 교육환경을 개선해 북구를 교육마을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강 후보는 당 내 여성 후보가 늘어난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지난해 촛불시위를 꼽았다. “국민들이 국정농단을 보면서 ‘정말 투표를 해야 하는구나’, ‘선거를 잘 해야 하는구나’라는 차원을 넘어서 대통령도 물러나게 하고 감옥에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남자들에게 그 자리를 주지 말고,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해보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촛불의 주체임을 자처하며 소수정당을 기반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여성들의 세력화는 당락을 떠나 정치권의 변화를 위한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신지예 후보는 이렇게 밝혔다.

“정치라는 벽이 소수자, 약자들에게 굉장히 높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국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정치가 30년 후 한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거대 정당 후보들에겐 과연 30년 뒤가 중요할까. 저를 통해서 30년 후 내가 누구의 옆에서,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출마하는 여성들은 여성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배제되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정치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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