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희 한양대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4차산업혁명시대, 여성에게 더 불리

일거리 개념 바꿔야…노동법 변화 필요

 

송정희 한양대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미래포럼
송정희 한양대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미래포럼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에서도 성차별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남성 중심의 데이터 환경에서 AI는 결국 편중된 것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송정희 한양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미래포럼이 주최한 1차 정기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강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거리와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한 사회와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강연을 맡은 송 교수는 엔지니어·교수·공직자·대기업 임원 등산·학·연을 두루 거친 정보기술(IT) 업계 롤모델로 꼽힌다. 1981년 당시 서울대 전자공학과의 유일한 여학생인 그는 미국에서 오스틴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과 석사,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를 마쳤다. 서울대 최초의 여성 공학박사다.

송 교수는 이날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답이 정해져 있다면 제가 이 자리(연단)에 서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소개하고 고민할 지점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젠더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해 이목이 집중됐다. 송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여성에게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분석 리포트를 보면 여성이 일자리 더 잃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IT·소프트웨어 중심의 업무환경에서 섬세하고 감성적인 여성들이 취업에 유리하고 남성에 비해 육체노동이 약해 불리한 점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책으로는 재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여성들은 그것도 받지 못하면 일자리가 더 없고, 재교육을 받아도 여성이 불리하다”면서 “남성은 직장을 옮겨다니면 몸값이 오르는데 여성은 한자리 계속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꼽았다. 한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출산과 육아를 하는 30~34세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M자’ 곡선을 그는데, 공학·과학 분야의 여성은 엘L커브 형태를 보인다.출산과 육아로 한 번 일을 그만두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뜻이다. 매운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바뀌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엔지니어는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재훈련이 안 되면 재취업할 수 없다”면서 “일하는 분들이 출산·육아 시기 경력이 중단돼 일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복지다. 하루에 두시간이라도 계속 일하게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정희 한양대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미래포럼
송정희 한양대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미래포럼

송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결국 노동혁명”이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이 가속화되고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일거리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2026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가 2015년 36.2명에서 2065년 108.7명으로 3배가 증가한다”며 “일거리의 개념을 바꾸고 기존의 노동법을 쥐고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도 미니 잡, 연금수급 지연, 여성고용 증가와 실업률 하락 등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하르츠개혁’을 추진하다가 중단됐지만 4차산혁명의 씨앗이 되는 노동계 혁신적 행동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도 일자리 나누기 하지만 고용법을 걸면 다 저촉된다. 회사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이다.

“유통업에서 아마존은 이미 계산대 직원이 없는 무인 마트, ‘아마존 고(Amazon Go)’를 개점했다. 공장 자동화는 기업에 1000조원 이상 노무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평택의 삼성반도체 공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사람이 거의 없다. 공장자동화로 인해 당장은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가 이슈가 되지만 미래에는 지식노동까지 AI가 대체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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