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회사였던 이케아

60년만에 직원 20만명으로

 

 

 

재작년 여름. 회의가 있어 스웨덴 남부 중소도시 엘름훌트(Älmhult)에 들린 적이 있다. 엘름훌트는 세계적 가구기업인 이케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달려간 곳은 이케아 박물관. 이케아 1호점이었던 매장이 박물관으로 개조돼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처음 개관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박물관 입구 아스팔트 작업, 주차장 설치 등 곳곳에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이케아 60년 성장의 발자취와 디자인의 미래 그리고 디자인과 민주주의라는 특별 전시관은 정치학 전공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디자인과 민주주의!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디자인이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생각하며 특별전시장을 둘러 본 후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디자인의 핵심은 소비자의 호기심 유발을 위한 상품 외관의 미적 요소뿐 아니라 상품을 택한 소비자들의 편의성 그리고 그 기저에 인간애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결국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는 소비자의 기쁨과 만족뿐 아니라 빈부를 넘어 누구나 좋은 품질의 제품을 쓸 수 있도록 접근하게 하는 매개체라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엘름훌트는 1만7000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도시로 스웨덴 사람들에게 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케아 1호점이었던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젊은 산업디자이너, 경영학 전공자, 배낭 여행객들이 줄지어 방문하는 인기도시로 탈바꿈했다. 여름이면 관광객이 몰려들어 이케아 가구만으로 인테리어를 꾸민 박물관 앞에 위치한 이케아호텔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케아 1호점이 엘름훌트에 문을 연 것이 1953년. 작은 가구회사를 인수해 우편주문으로 시작한 동네회사가 지금은 전 세계에 종업원 수 20만명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작은 동네가구 회사가 전 세계적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혁신적 생각과 재미를 만들어냈다. 전통적 가구시장은 이미 만들어 놓은 완성제품을 구입해 집에 싣고 가 설치하는 것이 통념이었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소비자가 직접 가구부품들을 들고가 집에서 조립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레고처럼 조립한다고 해서 성인 장난감이라는 개념이 생겼을 정도다. 조립가구라는 개념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저렴하게 구입해 자기 손으로 직접 짜 맞추는 퍼즐처럼 재미를 가미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1960년대 복지의 확대와 주 40시간 근무와 3주휴가제가 정착되면서 ‘주말은 이케아와 함께’라는 국민놀이터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 이케아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이다. 이케아 매장을 가족이 즐기는 놀이터의 개념으로 정착시킨 것도 그였다. 어린이 장난감 놀이공원, 영아 모유수유 시설, 스웨덴 전통 음식점, 이케아소세지 간식 등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인구 1000만명의 스웨덴에만 20개, 전 세계 43개국에 328개의 매장을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비결은 바로 슘페터가 지적한 창조적 파괴를 실천한 기업가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한 기업인이 일궈낸 기업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낸다. 이케아의 성장 뒤에는 가장 스웨덴적인 정서와 자연을 상품에 담아낸 디자인능력, 국가이미지 창출, 가족놀이터 개념, 누구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구로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자 한 복지철학적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가의 창의적 사고 등 복합적 요소들이 숨어 있다.

1월 27일(현지시간) 이케아 창업주 캄프라드는 92세의 생을 뒤로 하고 눈을 감았다. 이케아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이 아침11시 추모 시간에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큰 기업을 일구고 떠난 창업주의 부고를 접하고 사상과 정파를 초월한 모든 정당 당수들이 그를 추모하는 모습은 그의 생전에 추구했던 기업가 정신, 국민사랑정신, 복지적 평등정신을 반영한다.

기업가가 국민적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회,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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