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지도부 등이 24일 열린 ‘2018 지방선거 필승, 여성전진대회’ 무대에 올라 ‘여성 30% 공천’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양향자) 행사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며 “여성 의원 비율이 세계 117위다. 우리 국회가 아직 제대로 안됐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해 500명이 넘는 출마자와 여성 당원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하늘의 절반이 여성인데 사회의 총체적인 힘을 잘 발휘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자기능력만큼(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여성이) 온전히 능력을 개발하기에는 사회여건이 그렇게 돼있지 않기에 여성이 좀 더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서 전체 역량의 절반쯤 국회로 들어와야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대표는 또 “문재인정부에 여성장관 5명 계시는데 여성이 처음 맡은 부처도 있다”면서 “우리사회에 여성 진출이 대세가 되었고, 여성이 자기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에서 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가 5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의 말에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30% 여성 공천’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고민은 담겨있지 않았다.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사무총장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농담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는 “(여성위원회가) 광역단체장 중 여성 1명을 반드시 전략공천해달라고 했는데 서울에 이미 박영선·전현희 의원, 인천 홍미영 구청장, 광주 양향자 최고위원 등 다 뛰고 있다”면서 “3명을 해달라고 하면 고민이 없는데 1명해달라고 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여섯번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여성이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여성 당원들의 절박한 요구에 핵심 당직자가 내놓은 답변의 수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이 사무총장 역시 “여성공천 30%공천 의무화는 여성당원 당연한 권리이고 당은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라면서 “노력하겠다”는 의례적인 멘트로 마무리 지었다.

전국 각 시도당에서 수십명씩 참석해 행사장 분위기를 띄우는데는 성공했지만 참석자들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매번 선거 때마다 30% 여성공천을 얘기하는데 당이 지킨 적이 없다”면서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한 남성 인사는 마이크를 잡고 “여성들이 실력부터 갖추어야 한다고”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두 시간 가량이 지나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떠난 후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박정현 대전광역시의원이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해 바로 잡았다. 이 자리에서 박영미 중앙당 정책위부의장, 박옥분 경기도의원이 참여해 사회의 성차별과 성평등에 관한 소신을 펼쳤다.

한편 앞서 전국여성위원회는 중앙당 지방선거기획단에 ‘6·13 지방선거 여성공천 실행방안 제안서’를 제출하고, 여성공천 확대를 위해 당 차원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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