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 가동
여성선수 43%·
여성금메달 44%
올림픽 헌장에 “올림픽의
최우선 사항 성평등” 강조
평창에 ‘성평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포츠 분야 성평등 확산을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평등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평창올림픽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한 달간 세계인의 눈과 귀가 평창에 쏠릴 것이다. 이번 슬로건은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이다. 열정의 가치엔 높고 낮음이 없다. 세계는 성별이나 성적지향이 아닌 기량과 열정으로 평가받는 스포츠 축제를 기대하고 있다.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성평등’이 주요 의제이자 목표로 떠올라야 할 이유다.
평창올림픽은 겨울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 여성·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총 15개 종목 경기가 열린다. 설상 7종목, 빙상 5종목, 슬라이딩 3종목 등이다. 금메달 수는 총 102개로 여성의 몫이 45개다. 남성만 참가할 수 있는 경기가 50개, 혼성 종목이 7개다.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를 결합한 스포츠) 같은 남성 전용 종목이 유지되고, 2012년 소치올림픽 정식종목이던 스노보드 평행회전(남녀)은 빠졌다. 알파인스키 팀 이벤트(단체), 컬링 믹스더블(남녀) 등 혼성 종목이 2개 추가됐다. 1924년 도입된 이래 2014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한 여성 스키점프 종목도 평창에서 볼 수 있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종목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도 늘었다. 바이애슬론 종목은 아예 출전자 쿼터를 여성과 남성 모두 115명으로 동일하게 조정했다.
평창올림픽엔 100여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와 관계자들 5만여 명이 참가한다. 선수 엔트리 2943명 중 여성이 1267명으로 43%에 이를 전망이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김연아, 박승희, 이상화 선수 등 여성 홍보대사도 45.4%(20명)에 이른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성평등 올림픽’을 향한 의지가 담겨있다. IOC는 지난해 3월부터 올림픽을 통해 성평등이 왜 중요한지 널리 알리고, 각 주체들이 스포츠 분야 성평등 확산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Gender Equality Review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보고서와 가이드라인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IOC는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분야의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리더 역할을 할 것이며,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의 성과는 IOC와 모든 국제 스포츠 연합과 모든 국가의 올림픽 조직위원회,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을 위한 혜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IOC는 2015년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자격 완화’ 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 비율을 48.8%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OC의 ‘올림픽 헌장’도 “올림픽의 최우선 사항(top priority)은 성평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올림픽은 2년 전 리우올림픽이다. 전 종목에 여성이 참가하고, 모든 참가국 선수 명단에 여성이 포함된 최초의 올림픽이었다. 참가 선수 1만1444명 중 여성 비율이 약 45%(5175명)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높았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힌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참가한(43명) 올림픽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 여성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리우 올림픽 한국 선수단 204명 중 여성은 절반 수준인 101명이었다. 메달 21개 중 9개는 여성이 획득했다.
올해 평창올림픽은 리우올림픽의 성과를 잇는 ‘성평등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정부도 의지를 다졌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 올림픽’이자 ‘성평등 올림픽’이 돼야 한다. 참가 선수들이 성차별과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길 소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 선수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의 목소리도 높다.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21)·최민정(20),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25), 이상화(29) 등은 유력한 금메달 주자다.
더 많은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고 스포츠 분야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당장 체육회, 연맹 등 올림픽 종목별 의사결정을 하는 상부조직엔 여성이 없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임원 28명 중 여성이 3명을 넘지 않는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국내 체육계에서 여성은 감독이나 심판 등 지도자로 커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단순 선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양성하는 등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