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 가동

여성선수 43%·

여성금메달 44%

올림픽 헌장에 “올림픽의

최우선 사항 성평등” 강조

 

국내 유일의 여자 스키점프 국가대표 박규림 선수가 지난해 강원 평창군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 FIS 스키점프 월드컵 여자 예선대회에서 설원을 향해 점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유일의 여자 스키점프 국가대표 박규림 선수가 지난해 강원 평창군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 FIS 스키점프 월드컵 여자 예선대회에서 설원을 향해 점프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평창에 ‘성평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스포츠 분야 성평등 확산을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평등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평창올림픽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한 달간 세계인의 눈과 귀가 평창에 쏠릴 것이다. 이번 슬로건은 ‘Passion Connected(하나 된 열정)’이다. 열정의 가치엔 높고 낮음이 없다. 세계는 성별이나 성적지향이 아닌 기량과 열정으로 평가받는 스포츠 축제를 기대하고 있다.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 ‘성평등’이 주요 의제이자 목표로 떠올라야 할 이유다.

평창올림픽은 겨울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 여성·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총 15개 종목 경기가 열린다. 설상 7종목, 빙상 5종목, 슬라이딩 3종목 등이다. 금메달 수는 총 102개로 여성의 몫이 45개다. 남성만 참가할 수 있는 경기가 50개, 혼성 종목이 7개다.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를 결합한 스포츠) 같은 남성 전용 종목이 유지되고, 2012년 소치올림픽 정식종목이던 스노보드 평행회전(남녀)은 빠졌다. 알파인스키 팀 이벤트(단체), 컬링 믹스더블(남녀) 등 혼성 종목이 2개 추가됐다. 1924년 도입된 이래 2014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한 여성 스키점프 종목도 평창에서 볼 수 있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종목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도 늘었다. 바이애슬론 종목은 아예 출전자 쿼터를 여성과 남성 모두 115명으로 동일하게 조정했다. 

평창올림픽엔 100여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와 관계자들 5만여 명이 참가한다. 선수 엔트리 2943명 중 여성이 1267명으로 43%에 이를 전망이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김연아, 박승희, 이상화 선수 등 여성 홍보대사도 45.4%(20명)에 이른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성평등 올림픽’을 향한 의지가 담겨있다. IOC는 지난해 3월부터 올림픽을 통해 성평등이 왜 중요한지 널리 알리고, 각 주체들이 스포츠 분야 성평등 확산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Gender Equality Review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보고서와 가이드라인이 곧 공개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IOC는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분야의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실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리더 역할을 할 것이며,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의 성과는 IOC와 모든 국제 스포츠 연합과 모든 국가의 올림픽 조직위원회,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을 위한 혜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IOC는 2015년 ‘트랜스젠더 선수 참가 자격 완화’ 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 비율을 48.8%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OC의 ‘올림픽 헌장’도 “올림픽의 최우선 사항(top priority)은 성평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올림픽은 2년 전 리우올림픽이다. 전 종목에 여성이 참가하고, 모든 참가국 선수 명단에 여성이 포함된 최초의 올림픽이었다. 참가 선수 1만1444명 중 여성 비율이 약 45%(5175명)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높았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힌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참가한(43명) 올림픽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 여성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리우 올림픽 한국 선수단 204명 중 여성은 절반 수준인 101명이었다. 메달 21개 중 9개는 여성이 획득했다. 

올해 평창올림픽은 리우올림픽의 성과를 잇는 ‘성평등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정부도 의지를 다졌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 올림픽’이자 ‘성평등 올림픽’이 돼야 한다. 참가 선수들이 성차별과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길 소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 선수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의 목소리도 높다. 여자 쇼트트랙의 심석희(21)·최민정(20),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25), 이상화(29) 등은 유력한 금메달 주자다. 

더 많은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고 스포츠 분야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당장 체육회, 연맹 등 올림픽 종목별 의사결정을 하는 상부조직엔 여성이 없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임원 28명 중 여성이 3명을 넘지 않는다.

민무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딴다고 해도 국내 체육계에서 여성은 감독이나 심판 등 지도자로 커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단순 선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양성하는 등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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