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석/국민대 사회학 교수

얼마전 한 방송국의 <추적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업을 빙자한 주부들의 소위 ‘탈선 아르바이트’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고발성 내용을 방영하여 충격을 주었다. 주로 노래방과 화상대화방 등에서 이루어지는 30∼40대 주부들의 아르바이트가 음란 퇴폐행위를 가리지 않아 심지어 매춘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부들의 이러한 ‘탈선 아르바이트’는 이혼과 가정파탄까지 불러일으키는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프로그램에서는 현장취재를 통해 생생히 보여주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내용에 꽤나 충격을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의 시각에 문제점은 없는가 반성해볼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 프로에서는 주부들의 ‘탈선 아르바이트’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작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결국 보다 쉽게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과 더불어 모르는 남자와 어울리는 것을 꺼리지 않는 느슨한 정조관념을 지닌 ‘탈선’ 주부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을 본 남편들은 물론 대부분의 주부들까지 아마 이 ‘탈선’ 주부들을 질타하는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실 우리 나라 방송과 언론에서 이와 비슷한 시각으로 ‘탈선’ 주부들을 다루어 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캬바레에 장바구니 가지고 드나드는 ‘춤바람’ 난 주부, 남성들의 룸살롱 문화를 모방한 돈많은 여성들의 호스트바, 가끔씩 일망타진되어 드러나는 주부도박단, 인터넷 채팅에 중독되어 탈선을 저지르는 주부 등등. 그런데 이런 ‘탈선’ 행위들을 폭로하는 언론 그리고 단속하는 경찰의 시각은 과연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공정한 것인지, 혹시 남성중심 사회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남성은 76%)로서 이는 OECD 회원국 중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하거나 낮은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보다도 훨씬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또 고용면에서도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불완전취업자 가운데 여성이 13.6%로서 남성 7.1%보다 두 배나 높다.

임금도 남성들은 50대가 되면 20대 초반의 두 배에 가까운 임금을 받는 반면, 여성들은 30대 초반에 이르러 20대 초반보다 40%를 더 받을 뿐 그 이후 나이가 들수록 평균임금이 줄어들고 있다. 여성이 취업과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최대 장애는 남녀간의 고착된 성별 분업으로 인해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아직도 고스란히 여성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 남성들의 성문화야말로 음란퇴폐의 주범이라 할 만하다. 남성 직장인들의 술자리에는 여성 접대부가 빠지지 않고, 자신은 외도하면서도 자신의 아내에 대해서는 정조를 요구하는 이중적 성의식을 가진 것이 한국의 남성이다. 한마디로 여성은 사회진출을 못하도록 가정에 가두어 놓고 자신은 바깥에서 성적 방탕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탈선 아르바이트’의 책임은 주부들에게만 있지 않다. 분노의 시선을 돌려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주부들을 그러한 지경으로 내몬 남성중심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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