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2000년 통계청이 펴낸 <통계로 본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출생한 남자아이는 32만2천명, 여자아이는 29만4천명으로 출생 여아 1백명당 남아 비율은 109.6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의 116.5, 1995년의 113.2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자연상태 출생성비인 103∼107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동안 남아선호와 관련하여 성비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에 성비불균형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아쉬운 통계가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바로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출생성비는 105.6과 107.6인데 비해 셋째 아이는 143.1로 나타나 아들을 낳기 위한 다산경향은 여전하다는 통계였다.

호주제폐지와 관련한 언론 및 일반인들의 가장 주된 질문은 호주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단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한 호주제가 이미 형해화된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앞의 통계수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 국민들의 아들선호 의식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아들선호 의식은 아들을 우선적으로 호주승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법에 의하여 조장되고 지지되어 왔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얼마전 50대 여성이 상담소에 찾아왔다. 그 여성은 남편과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웠고 딸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남편이 젊은 여성과 외도하여 아들을 낳더니 이제 자기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며 상담을 하러 온 것이다.

그 남편이 아들을 얻기 위해 외도를 했는지, 외도를 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아들이다 보니 더욱 집착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상담을 하러 온 아내가 오히려 딸만 낳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남편이 외도를 하여 아들을 낳은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의식의 근간은 바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전해져온 아들선호 의식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남성우선, 부계혈통 위주의 호주제폐지를 주창하는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식이요법과 태아감별로 아들낳기에 열을 올린다. 나아가 아들이라면 혼인외의 출생자라도 좋다는 시대착오적인 사람도 있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그러한 의식을 조장하고 방임하는 법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동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법이 지향하는 최종의 당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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