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서 4차례 진행된 성희롱 예방교육서  

강사가 여성을 소주에 비유하며 음담패설

노조 항의에 KEC “강사 스타일 차이” 두둔

여성단체 "예방교육에 젠더 관점 전무…

강사 퇴출하고 구미 KEC 사과해야”

 

14일 경북 구미 (주)KEC 정문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 및 시민단체 등은 “성희롱을 일삼은 강사 퇴출, KEC의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사과, 성차별과 성희롱을 근절하는 계기로 책임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14일 경북 구미 (주)KEC 정문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 및 시민단체 등은 “성희롱을 일삼은 강사 퇴출, KEC의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사과, 성차별과 성희롱을 근절하는 계기로 책임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경북 구미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과정에서 수준을 넘어선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노동조합대구경북지부, 구미참여연대, 금속노조 KEC지회 등 대경여성단체와 구미 지역 시민사회, 노동단체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고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업체 KEC 정문 앞에서 열린 회견장에 참석한 단체들은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 찬 음담패설로 성희롱을 일삼은 강사 퇴출과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소망한다”며 “KEC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사업장 내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희롱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체 KEC는 12월 1일과 4일 총 4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구미에서 활동하는 여성 강사 A씨(50)에게 강의를 맡겼다. A씨는 강의 첫날 “사람들이 나를 ‘긴~ 정자’로 부른다”며 자신을 소개한 후, 연령대에 따라 남성의 성적 요구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며 ‘소주(소문 안내면 줄게)’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음담패설을 이어나가자 강의를 듣던 C씨는 수치심으로 교육장을 나왔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회사에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과 강사의 부적절성’을 들어 교육 중단과 강사 교체를 요청했으나 회사에서는 “교육 방식과 강사 스타일의 차이”라며 지회 요청을 거절했다.

다른 날 강의 시간에 직원들은 강사에게 항의와 사과를 요구했고 강사는 상당히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며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자제했지만 강사의 결론은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둥글게 살아야 한다”며 “회사에 피해가 가니 신고 등 법적 대응은 최후에 생각하고 사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하라”는 당부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는 기본적으로 성평등과 성인지적 관점을 갖춰야 하는데 이토록 무지한 강사가 여러 사업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더욱이 강사에 의해 무차별적인 성희롱이 자행된 상황에서 회사가 보인 태도는 음담패설을 일삼은 강사보다 더 심각하다”며 “KEC는 여성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으로 음담패설과 교육도 분별하지 못할 만큼 사업장 내 성문화가 심각하다. 교육을 빙자해 성희롱이 벌어지고 있었음에도 회사는 의무교육을 시행했다는 목적만 관철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성희롱 현장이 돼버릴 만큼 사업장 내에 젠더적 관점이 전무하다는 걸 확인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대경여연 강혜숙 공동대표는 “만성적으로 일어나는 성희롱과 성차별은 궁극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기에 문제적이다. 성희롱과 성차별은 성별위계관계가 뚜렷한 직장에서 더욱 많이 발생한다. 교육 참가자와 노조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는 강사의 교육을 회사가 강행한 것은 KEC의 일상적인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이번 KEC사례처럼 여성주의 관점이 없는 강사들이 교육 원래의 목적을 훼손하고 오히려 성희롱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성희롱은 여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평등의 가치를 갖고 교육하는 것이 기본인데 여성차별의식을 강화시키고 있으니 안타깝다. 체계적인 관리하에 여성주의적인 관점이 강화된 성희롱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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