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확산
대학가,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확산
  •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2.12 20:21
  • 수정 2017-12-13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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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재학생 김지연씨

대학 성범죄 공론화 위해 시작

덕성여대·중앙대·경성대로 확산

 

페미파워프로젝트팀은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첫 날인 11월 21일 숙명여자대학교 1캠퍼스 정문 앞과 2캠퍼스 정문 앞에서 2000개의 코발트색 리본을 배부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페미파워프로젝트팀은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첫 날인 11월 21일 숙명여자대학교 1캠퍼스 정문 앞과 2캠퍼스 정문 앞에서 2000개의 코발트색 리본을 배부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대학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한 ‘블루리본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숙명여자대학교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들의 참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덕성여자대학교 페미카타리나팀,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녹지와 페미니스트 퀴어 공동체 FUQ, 경성대학교 파워페미레인저 등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관악의 페미들, 부경대학교 단톡방성희롱공론화 논의위원회 등도 조만간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안에서도 우리는 단순히 ‘여성’이기에 범죄의 대상이 된다.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학교를 상징하는 코발트색 리본을 착용해 수많은 학생이 이 사실에 함께 분노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숙명여대 교내 페미니스트 단체인 페미파워프로젝트팀 김지연(22)씨가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그는 캠페인 첫 날인 지난달 21일 숙명여대 1캠퍼스 정문 앞과 2캠퍼스 정문 앞에서 2000개의 코발트색 리본을 발부했다. 교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을 지원했다.

 

지난달 21일 숙명여대에서 진행한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파워프로젝트
지난달 21일 숙명여대에서 진행한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파워프로젝트

숙명여대에 이어 덕성여대에서도 ‘#여자라서 당했다 블루리본 캠페인’을 진행했다. 덕성여대 교내 페미니스트단체인 페미카타리나팀은 지난 7일 오후 12시부터 4시간 동안 덕성여대 학생회관 앞에서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직접 야외부스를 설치해 350여개의 리본을 배부했다. 400여명의 학우에게 ‘덕성여대 불법촬영 및 성희롱 사건’ 관련 서명도 받았다. 페미카타리나팀은 특별히 덕성여대를 상징하는 버건디색을 차용해 리본캠페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녹지’와 중앙대 FUQ 페미니스트 퀴어 연합체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FUQ는 지난 6일부터 중앙대 흑석캠퍼스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그 아래에 블루리본을 담은 종이컵을 함께 비치했다고 밝혔다. 대자보와 함께 블루리본을 배치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비워진 리본은 주기적으로 채우고 있다. 또한 온라인 서명을 통해 현재 중앙대 구성원을 한정해 캠페인에 동참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진행한 덕성여대 #여자라서 당했다 버건디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카타리나
지난 7일 진행한 덕성여대 #여자라서 당했다 버건디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카타리나

캠페인의 배경엔 최근 학생들이 겪은 여성 대상 폭행·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여대 내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21일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대 남성이 교내 무단 침입해 여학생을 강제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5월에는 입시강사로 알려진 한 남성이 덕성여대의 축제 영상을 무단촬영해 유튜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페라리 타고 여대축제 방문하기’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조회수 50만을 넘겼으며 주로 외모를 비하하는 성희롱성 댓글들이 달렸다. 이달만 해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부경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 ‘여대생 몰래카메라 촬영’ 등의 글이 올라오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대 내 성희롱·성추행·폭행 등 수많은 사건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문제다. 가장 강렬했던 사건은 1996년 ‘고대생들의 이대 축제 난입 폭행 사건’이다. 1996년 5월 29일 500여명의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이화여자대학교의 축제인 대동제 폐막식에 난입했다. 당시 신문에 따르면 고대생들의 폭동으로 환경공학과 4학년 한 명이 중상을 입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 축제에는 술이 금지되는 등 위험한 상황을 직접 차단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진행한 덕성여대 #여자라서 당했다 버건디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카타리나
지난 7일 진행한 덕성여대 #여자라서 당했다 버건디 캠페인 현장 모습 ⓒ페미카타리나

“행사 기획자로서 무대 뒤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피눈물이 났다. 다친 학생들을 옮기는데 뒤에선 애들이 밟히고 있고, (남성들이) 무대에 올라가 부수고…. 여자들이 구박받는다고는 생각했지만, 한 대학의 전통 있는 행사에 단체로 몰려와서 술 먹고 난동을 부릴 수 있다니,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게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여성신문>과의 좌담회에서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고대생들의 이대 축제 난입 폭행 사건’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대학 내 성희롱, 성추행, 폭행 등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의 위험은 여전하다. 특히 축제 기간인 4~5월에 다수 발생하며 다른 대학교의 남학생이나 외부인이 여대에 침입해 폭행, 시선 강간, 성희롱, 성추행 등에 한정됐던 범행들이 몰래카메라 유출, 단체 카톡 방 내 지인능욕 등으로 점점 더 그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대학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한 ‘블루리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대학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한 ‘블루리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페미파워프로젝트

캠페인 기획자 김씨는 “대학 내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는 단 한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여성, 즉 모든 학우라고 생각한다”며 “교내에서는 오히려 경비도 더 안전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무조건 여대라고 성적으로 우상화하는 일부 남성들의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별 릴레이형식으로, 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캠페인이 벌어지게끔 하는 것이 최종 목표.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대학 내 성범죄를 막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덕성여대 페미카타리나팀의 구지연씨는 “덕성여대 축제날 수퍼카를 렌트해 학교를 방문한 L씨는 불특정다수의 여학생들이 나오는 영상을 불법촬영해 올렸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의 제2의 피해자로서 범죄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떳떳하게 생활하는 가해자의 태도에 분노하는 표현으로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FUQ 또한 “블루리본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외침이며, 이들 피해자를 향한 작은 응원”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학교를 꿈꾼다. 블루리본 프로젝트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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