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삶의 중심에 두고

기술 발전에 대한

성찰 함께 이뤄져야

 

 

 

12월 달력을 펼치며 당황스러운 상황에 마주했다. 갑자기 나타난 빨간 숫자 20,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 같은 휴일. 무슨 날이지, 웬 휴일, 모르는 휴일이 있었나? 그 아래에 선연한 ‘대통령 선거일’이라는 글자를 보고서야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숨 가쁘게 살아온 올 한해가 비로소 성큼 다가왔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지난한 시간들이 하루하루 살아온 일상의 연속들로 인해 변함없는 날들로 인식했는데, 올 한해를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큰 변화들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한해가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만 올 한해만큼 전 지구적으로 또 우리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적이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급물살이 산업과 기업 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삶의 양식과 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회혁신 등 낯설었던 단어들이 익숙하게 다가오면서 일상적인 삶과 일과 노동의 형태를 변화시키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16일 양일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관 아래 열린 ‘2017년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를 포럼의 전체 주제로 정한 것은 바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들의 ‘일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으리라.

앞으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 될 것이고, 첨단기술이 주를 이루는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2017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리처드 프리먼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경고처럼 “결국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면, 기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노동자 임금은 하락할 것이어서, 4차 산업혁명은 불평등을 확대하고 새로운 경제적 봉건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기업이 소유하는 로봇을 우리사주제도 등 지분 분배제도를 통해 노동자와 시민이 공유”함으로써 신기술의 혜택을 다수의 사람들이 나누게 되면 이러한 문제는 사실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우리들의 집단지성을 모아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다가오는 미래가 그렇게 염려스럽기만 한 것만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철학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윤리를 삶의 중심에 둬야 하고,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공유하고 나눌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논의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체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이때 덕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기준으로 삼고, 덕승재의 이념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덕승재란 공자가 말한 ‘德勝才(덕승재) 謂之君子(위지군자), 才勝德(재승덕) 謂之小人(위지소인)’ 즉 재주보다 덕이 높은 사람은 군자요, 재주에 덕이 못 미치는 사람은 소인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니사나카 쓰토무 변호사는 그의 저서 『운을 읽는 변호사』에서 50년간 1만 명의 의뢰인의 삶을 통해 ‘운의 이치’를 분석했는데, 그가 밝혀낸 가장 큰 운의 이치는 이른바 ‘도덕과학’으로서, 인생 성공의 차이는 ’덕을 쌓고 있는가’의 여부라며 ’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며 덕이 있는 삶을 살았는지 반성해보고, 공자의 말씀인 ‘덕승재’의 철학과 ‘도덕과학’ 즉 덕의 실천이 우리들의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변호사의 조언을 새겨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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