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돌풍 일으킨 ‘롱패딩’

운동선수가 입던 벤치 파카

연예인 패딩 입소문 타면서

남녀노소 찾는 인기 제품으로

30만원 이상 고가 제품보다

10만원대 중저가 제품 인기 

 

2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특설매장에서 모델들이 라코스테, 휠라스포츠 등의 벤치파카(롱패딩)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7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련된 특설매장에서 모델들이 라코스테, 휠라스포츠 등의 벤치파카(롱패딩)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롱패딩’ 열풍에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20대가 즐겨 입던 롱패딩을 30~50대 소비자들 또한 주목하기 시작했다. 열풍의 주역은 ‘평창 롱패딩’이다. 1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한정판 3만장만 출시, 희소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모두 갖추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신성통상의 주가는 한 달 전보다 45% 가량 급증했다. 의류업체들 또한 가성비에 집중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에 고가의 롱패딩이 주를 이뤘다면 10~20만원대 롱패딩의 등장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28일 아웃도어·패션업계에 따르면 중저가 롱패딩 제품 출시가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아웃도어뿐 아니라 SPA브랜드도 합세해 연일 신제품 출시 경쟁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구스롱다운 점퍼(이하 평창 롱패딩)’다.

2018 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 상품으로 14만9000원의 가격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 국민적인 열풍으로 퍼졌다. 롱패딩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는 1500여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판매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선 소비자들이었다. 24일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서도 전날부터 밤을 새운 수백명이 대기하는 풍경이 재연됐다.

3만장 한정으로 제작한 평창 롱패딩은 지난달 30일 판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기온이 급강하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2만7000장이 모두 팔린 상태로, 최근 3일간 중고거래사이트에 올라온 평창 롱패딩 매매 관련 게시글은 500건이 넘는다. 대부분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신성통상 브랜드 탑텐의 롱패딩이 10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여성신문
신성통상 브랜드 탑텐의 롱패딩이 10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여성신문

평창 롱패딩 제조사인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브랜드 탑텐의 ‘폴라리스 롱패딩’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12만9900원으로 평창 롱패딩보다 저렴하지만 유사한 디자인으로 최근 판매량이 급증했다. 유니클로의 롱패딩 제품인 '심리스 다운 롱 코트'도 인기다. 지난해엔 남성용만 출시했는데 올해는 여성용도 추가로 선보였다. 남성용 19만9000원, 여성용 16만9000원이다.

CJ오쇼핑은 지난 20일 ‘씨이앤(Ce&) 롱다운점퍼’ 판매 방송에서 약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덕다운 솜털 80%, 깃털 20%를 충전재로 사용해 만들었고 가격은 12만9000원다. 캐주얼 브랜드 흄(HUM)의 롱패딩 제품은 전년(5만장) 대비 판매량이 2배 이상, 매출은 46% 증가했다.

휠라는 지난해 대비 스타일수는 2배, 물량은 6배 늘렸다. 지난달 초 출시 이후 지난 12일 기준 롱다운 매출은 650% 신장했다. 올해는 20만원대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K2도 올해 30만원대 ‘포디엄 벤치코트’를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 21만 9000원에 선보인 ‘마조람 롱다운’도 인기다.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올겨울 한파도 롱패딩 열풍에 일조했다.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1월 26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박한규씨(45·남)는 “아이의 겨울철 외투를 사기 위해 가족과 함께 매장에 들렀는데 대부분 롱패딩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백지혜(32)씨도 “얼마 전 유니클로에서 세일할 때 롱패딩을 구매했다”며 “다른 브랜드 패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끌렸다”고 전했다.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한 매장에 전시된 롱패딩 ⓒ여성신문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한 매장에 전시된 롱패딩 ⓒ여성신문

3050 여성 롱패딩 구매 급증

신성통상 등 관련 주가 ‘활짝’

롱패딩은 원래 ‘벤치 파카’로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서 쉴 때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외투였다. 올해 가수 선미, 걸그룹 EXID의 하니 등 인기 스타들이 평창 롱패딩을 입은 모습을 SNS에 공개해 중·고등학생들의 구매심리를 폭발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롱패딩을 입는 연령대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3050 여성의 롱패딩 구매가 급격히 늘었다. 3050 주부들의 평균 신장이 160~165cm임을 고려했을 때 무릎을 약간 덮는 약 85cm 이상 기장을 롱패딩 기준으로 두고 있다. 패션그룹형지가 올겨울 여성복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기간 대비 롱패딩다운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지의 주요 고객층인 3050 여성들에서도 롱패딩 열풍의 영향이 미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의 전국 800여개 신상품 판매 수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롱패딩다운 판매가 평균 40% 증가했다. 여성 전문 아웃도어 ‘와일드로즈’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607% 증가했다. 

송수진 형지 대리는 “기장이 길고 퍼(fur) 장식을 갖춘 롱패딩다운의 판매가 증가한 것은 작년보다 빨라진 강추위와 더불어 최근 아웃도어와 영캐주얼에서 불고 있는 롱패딩다운 열풍이 다른 연령대에도 번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3050 여성들이 추운 날씨에도 여행 및 야외활동 등 활동적인 생활양식을 추구하면서 보온성이 뛰어난 패딩다운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평창 롱패딩’ 열풍은 주식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신성통상의 주가는 한 달 전과 비교해 45.8% 급등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달 말보다 18.46% 올랐다. LF(17.25%)와 한섬(12.67%)도 10% 넘게 상승했다. 평창 롱패딩이 화제를 모으자 의류업체들은 기장이 긴 외투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롱패딩 제품 열풍의 이면에는 고가의 제품보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며 “이전에는 예쁘고 멋지게 보이기 위해 추위를 감수했다면 이제는 더욱 실용적이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관심사가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