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위헌소송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나는 장남인데 집안 대소사를 다 챙겨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제사 또한 장남의 책임으로 떠맡겨지는 현실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남·차남, 아들·딸 구별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하여 집안일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불합리한 제도의 근간이 되어온 호주제는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합니다.”

얼마전 필자가 토론자로 참석하였던 한 방송사의 호주제문제 토론회에서 30대 남성 방청객이 호주제폐지를 주장한 발언의 요지이다.

혹자는 호주제를 폐지하면 여성들에게만 좋은 세상이 온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자기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하여 남성우선·부계혈통 위주로 운용되어온 호주제를 폐지하여 남성들로부터 기득권과 우선권을 빼앗아 가는 것이므로 절대로 그럴 수는 없노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들 특히 현실적으로 장남을 우선으로 한 호주승계순위 규정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무거운 짐을 남성들에게 부과해온 것이 사실이다.

‘집안을 이끌어갈 우리 장남, 우리 장손’들은 그래서 어릴 적부터 항상 집안의 부귀공명을 좌우명처럼 생각하고 자랐다.

‘남자답게 행동해야지’하는 주위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의 생각은 없고 오직 남자로서의 체면과 명분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사는 삶도 있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지’하는 성역할론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실직가장도 있다.

가부장제하에서 남성들에게 지워진 이러한 부담들은 실질적으로는 남성들의 삶의 멍에였으며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는 민주사회에서는 존립의 여지없는 구시대의 유물들이다.

집안을 어느 한 사람의 희생과 책임만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다른 가족구성원과의 형평에 맞지 않으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이제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은 이분법에 불과하다. 가정의 생계 역시 남성 혼자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며,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하여 경제가치를 인정하는 현실에서는 그러한 논리가 타당하지도 않다.

남성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호주가 되어야 하는 특권 내지는 멍에와 함께 떠맡아야만 했던 부담은 이제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기존의 가족제도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가족으로 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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