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위헌소송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아이의 성(姓)문제를 해결할 아무런 방법이 없음을 알고 공문서를 위조해 아이의 출생신고를 다시 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감옥에 갇힌다 해도 해결만 된다면, 아이가 진실을 이해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상처를 유보해 줄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떠한 짓이라도 하겠습니다. 이것이 죄라면 나를 감옥에 보내도 좋습니다.”

한 재혼한 여성이 전혼자녀의 성문제로 상담소를 찾아왔다. 아이가 어릴 때 재혼한 그 여성은 성이 아빠와 다르다는 것을 아이가 알까봐 병원에서는 통사정을 하여 아이의 성을 빼고 부르게 하였으며, 아이가 원하는 통장 하나 만들어 주지 못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새아빠의 성을 쓰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때가 되자 친구들로부터 성이 바뀌었다는 놀림만이라도 피하게 하려고 낯선 곳으로 이사까지 하였다.

아빠 그리고 새로 태어난 동생과 성이 달라야 하는 법 현실속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는 이중 삼중의 상처를 받아야 한다.

이 가정뿐이겠는가.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이후 2000년까지 재혼한 여성은 27만여 명으로 총 혼인신고의 12%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상담소의 상담창구를 통하여 보면 재혼의 경우 호적, 성문제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실제 수치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혼여성의 60∼70%가 전 남편의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결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혼가정의 다른 성을 가진 아이들. 어린 그들의 상처를 감싸안을 수만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겠다는 엄마 아빠들이 있는데 다른 한편에는 우리 일이 아니라며 방관하는 어른들이 있다. 정부에서 재혼가정의 성문제를 인식하고 친양자제도를 도입하겠다며 민법중개정법률안을 두 번째로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서는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죄를 권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당수 국민들의 이유있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같이 해답을 찾아보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절실한 때이다. 호주제폐지와 함께 친양자제도의 도입은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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