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위헌소송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3월 27일과 29일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과 북부지원에서 호주제관련 조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함으로써 이제 호주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려졌다.

위헌심판제청결정은 호주제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없으며, 그동안 호주제문제를 잘 몰랐거나 방임적인 입장을 취해온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키는 촉매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위헌심판제청결정 이후 호주제폐지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신청이 늘고 있다.

32세 된 어느 주부는 친정아버지가 첩을 들이고 첩의 아들을 어머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호적에 올리더니 많은 재산을 첩과 그 아들에게 주고 있는데, 만일 어머니가 아들을 낳지 못하였더라면 첩의 아들이 호주를 승계하지 않겠느냐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남성위주, 부계혈통위주의 호주제가 남성들의 부첩을 부추긴다며 호주제폐지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금년초에 결혼하였다는 20대의 신혼여성은 혼인신고를 하려고 구청에 갔으나 남편을 호주로 신고하는 혼인신고서를 보고 현대판 삼종지도가 아니냐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어머니를 남성·아버지보다 열등하게 규정하고 있는 호주제를 40여년이 넘도록 현행법에 존치해 온 법현실은 자유·평등·정의라는 법이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본 상담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 의해 준비 및 진행되고 있는 호주제폐지는 법원의 위헌심판제청결정으로 이제 그 물꼬를 텄다. 이를 기반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를 존중하고 양성평등한 가족제도를 자리잡게 할 역사적 임무는 이제 헌법재판소에 넘겨졌다.

가족제도는 사회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 규율 내용이 미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역사와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호주제 위헌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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