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에서 여성들의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9월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에서 여성들의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발표하기에 앞서 “정책사안이 아니라 입법사안”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이라는 제목의 글이 9월 30일 올라왔다. 1개월 만에 23만5372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와대 청원은 30일간 20만명 이상 추천한 청원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한다는 원칙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에 관한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답변을) 정부가 할지 청와대가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 청원 요구가 대통령령이나 청와대 지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정책사안이 아니고 입법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낙태죄 폐지는 법 개정이 궁극적인 방법인 것은 맞지만, 워낙 오랜 논쟁이 있었던 만큼 입법이냐 정책이냐로 간단히 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책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임신중절의 부분적 합법화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생명권 문제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찬성과 반대 양측의 합리적인 논의부터 시작해 사회가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낙태죄 폐지의 결정 방식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함을 제시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낙태죄 전면 폐지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낙태 처벌은 여성의 기본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건강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수십 년 간 의미있는 변화를 이루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사회적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정책이냐 입법이냐로 간단히 분절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 대통령이 말했던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제야 말로 시작할 때다. 갈등을 예방하고 대립을 조정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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